다가올 피지컬 AI 시대 글로벌 생산 허브 물색

로보티즈와 MIT가 함께 개발 중인 로봇팔  사진=로보티즈
로보티즈와 MIT가 함께 개발 중인 로봇팔  사진=로보티즈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관절 기술을 가진 로보티즈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중앙아시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의 상징이 아닌, 글로벌 제조·물류의 전략적 허브로 급부상한 중앙아시아가 이들의 새 생산기지 후보로 낙점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2주간의 출장길에 올라 중앙아시아, 특히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유력 생산기지 후보지를 직접 둘러봤다. 회사 측도 “중앙아시아 지역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달 중 플리트(Fleet) 통합 관제센터 구축부터 시작해 연내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티즈가 이 지역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비용 경쟁력이다. 우즈베키스탄의 평균 임금은 약 55만 원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임금의 7분의 1 수준이다. 중국과 비교해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정부 주도의 외국인 투자 혜택, 최대 10년 세금 면제, 낮은 관세율, 그리고 고려인 25만 명에 이르는 한국어 가능 인력풀까지. 복합적인 조건이 중앙아시아를 '제2의 생산벨트'로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력에 있어서도 로보티즈는 단연 독보적이다. 로봇 팔과 손가락의 관절 역할을 하는 ‘다이나믹셀’ 액추에이터는 감속기·제어기·통신모듈이 통합된 모듈형 제품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가 일찌감치 로보티즈에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엔 중국의 대표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 부위에 로보티즈 액추에이터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중국의 벽이다. 중국산 휴머노이드 가격은 보조금과 저임금 덕분에 한국산보다 40~50%가량 낮다. 로보티즈가 중앙아시아에 눈을 돌린 것은 단순한 생산 이전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진짜 게임을 하기 위한 전략적 베팅이다.

물류 측면에서도 중앙아시아는 매력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 중국을 잇는 대체 교역로로 주목받는 이 지역은 유럽·중국 양방향 물류의 교차점 역할을 하며 로보티즈의 글로벌 유통 전략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로보티즈의 1분기 전체 매출 101억 원 중 95억 원이 해외 매출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강력한 후보지다. 정부가 ‘카자흐스탄 2050 전략’으로 고부가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특별경제구역(SEZ), 세금 면제,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마련돼 있다. 중국 화웨이 출신이 세운 로봇기업 ‘아기봇(Agibot)’도 최근 이곳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탈중국’ 행보를 시작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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