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이제 “내 일자리는 안전할까?”라는 고민도 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싱귤래리티(Singularity)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AI 자동화로 실직한 사람들을 위한 세계 최초의 소득보장 보험 상품을 내놨다. 이름은 ‘싱귤래리티쉴드 소득보장(SingularityShield Income Cover)’. Y콤비네이터의 지원을 받은 회사답게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시도다.
핵심은 간단하다. AI 때문에 직장을 잃으면, 일정 기간 동안 매달 기존 급여의 최대 50%를 자동으로 받게 되는 구조다. 보험이 발동되는 조건도 명확하다. 사용자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실제로 해고까지 당하면, 그 순간부터 보장이 시작된다.
보험금 청구? 그런 건 없다
이 보험은 전통적인 실손보험처럼 ‘서류 내고, 심사받고, 기다리고’의 구조가 아니다. 모든 판단은 데이터가 한다. ‘AI 실직 위험 지수(AI-Displacement Risk Index)’라는 자체 지표를 기반으로 보장이 발동된다. 이 지수는 250개 이상의 다양한 데이터를 참고해서 만들어진다. 기업의 해고 공지, 고용 동향, SEC 보고서, CEO 발언, AI 대체 기술 도입 속도 같은 것들이 다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직업이 어느 시점에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가 수치로 나타나고, 이 수치가 기준치를 넘은 상태에서 해고되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된다. “실직했습니다”라고 전화하거나 증명서를 낼 필요가 없다.
60초 만에 가입, 병원도 안 간다
가입 절차도 요즘 스타트업다운 방식이다. 온라인 양식을 작성하고, 전자서명하고, 계좌만 연결하면 몇 분 안에 끝난다. 건강검진도 없고, 별도 서류도 필요 없다. 그냥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싱귤래리티는 이 상품을 처음에는 미국과 영국의 지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출시했다. IT 개발자,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법률 전문가처럼 AI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직군들이 우선이다. 이후에는 산업군과 국가를 더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프리랜서나 계약직처럼 고용 안정성이 낮은 사람들도 커버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실직 후, ‘버티는 돈’ 말고 ‘준비하는 돈’도 준다
흥미로운 건 이 보험이 단순한 소득 보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에 가입하면 일정한 온라인 교육 크레딧도 함께 제공된다. 다시 말해, 일자리를 잃은 뒤 그냥 버티기만 하지 않고, 다음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보험이 일종의 재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보험인가, 공포 마케팅인가?
물론 이 상품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AI 실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 아니냐는 시선이다. 하지만 싱귤래리티는 이 보험이 "AI로 흔들리는 시대에 기술로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시도"라고 강조한다. 기존 보험 산업도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재설계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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