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 알람을 확인하는 우리의 일상. TV를 켜 두고 출근 준비를 하며, 대중교통에서는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낯설고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어느새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존재가 되었다. 이제는 AI 없이 일상을 상상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국의 질주
하지만 이런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똑같이 진행되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서 빠르게 앞서가고 있으며, 첨단 기술이 상상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시점에 있다. 2025년 6월, 뉴욕타임스는 ‘The Global AI Divide’라는 보도를 통해 전 세계가 AI 기술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국가 간 AI 역량 격차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OpenAI 회장 샘 알트먼이 새로 설립된 데이터 센터를 방문했다. 이 센터는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넓은 부지에 조성됐으며, 약 600억 원이 투자된 이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컴퓨팅 허브로 자리 잡았다.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유럽, 미국, 중국 등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데이터 센터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AI 시스템 개발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의 약 90%를 차지하며 글로벌 기관과 기업의 AI 연구 기반을 독점하고 있다.
그에 반해… 여전히 인프라 부족한 지역
이런 성과가 반가운 이들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같은 지역은 AI가 일상에 깊이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옥스퍼드대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AI 컴퓨팅 허브가 매우 제한적이며, 약 150개국에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2025년 6월 기사에서 케냐 스타트업 ‘Qhala’를 소개했다. Google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한 이 회사는 대형 언어 모델 기반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근처에 컴퓨팅 자원이 없어,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작업을 미국의 시차를 활용해 새벽 시간에 진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AI 강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같은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격차가 과거 및 현재 미국의 무역 정책과 제재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인공지능 칩의 구매 자격을 일부 국가에만 허용함으로써 기술 격차를 심화시킨 셈이다. 어제가 석유 전쟁의 시대였다면, 오늘은 인공지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시대가 된 것이다.
AI 시대의 그늘, 세대 간 디지털 격차
AI 기술을 선점한 국가 간 격차도 문제지만, 사회 내부의 디지털 격차 역시 심화되고 있다. AI World Today는 ‘The AI Divide: How AI is Deepening the Digital Divide’ 기사에서 세대 간 기술 이해도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한민국에서도 고령층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부 계층은 더 큰 소외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격차 해소를 위한 세 가지 제안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5월 발표한 기사 ‘The AI Divide between the Global North and the Global South’에서 국가 간 AI 역량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저숙련 노동이 중심인 데이터 라벨링 등 반복 업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지역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고도화된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현지 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Khan Academy 같은 오픈 리소스를 통해 AI 교육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AI에 대한 이해를 높여 세대 간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 정책 입안자, 기술 제공자, 개발자 커뮤니티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동의 로드맵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보다 평등한 AI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AI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의 패권을 차지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 왕좌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격차를 줄이고 협력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justin 칼럼니스트 parkhyunjun11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