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테크로 완성한 초정밀 연출과 뭉클한 울림
지난 8월 1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상공이 거대한 디지털 캔버스로 변했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진 광복 80주년 전야 드론쇼는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수백만 픽셀에 맞먹는 빛의 점들이 모여 독립운동가의 얼굴을 그려냈다.
밤바다 위로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 속에서, 하늘 위 거대한 초상은 마치 80년 전 그날로 돌아가듯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
백사장이 고요해진 순간, 스피커를 통해 또렷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유관순: “그곳은 자유로운가요?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나서 반가워요. 광복 80주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구: “날 보고 있나요? 아주 즐거워 보이네요. 그대들에게 이날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광복 80주년 축하합니다.”
관객들은 숨죽인 채 그 목소리를 들었다. 이어 하늘 위의 드론 대형은 이 말과 함께 미소를 띤 얼굴로 변했고, 그 순간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수천 대 드론의 ‘밀리미터 단위’ 대형 제어
이 감동적인 순간 뒤에는, 이를 가능하게 한 치밀한 기술이 숨어 있었다.
수백~수천 대 규모의 드론 편대가 오차 1cm 수준으로 대형을 유지해야만 인물의 표정과 디테일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운영팀은 위성항법(GNSS)과 관성측정장치(IMU)를 결합해 실시간 위치와 방향을 계산했고, 모든 기체는 중앙 관제 서버와 초저지연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조명·색상 데이터의 실시간 스트리밍
얼굴의 생동감을 구현하는 건 좌표 제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각 드론에 탑재된 고휘도 RGB LED 모듈은 프레임 단위 색상·밝기 데이터를 받아, 미소의 음영, 안경 프레임의 형광 레드, 눈빛의 하이라이트까지 표현했다. 디밍 알고리즘과 실시간 라이트맵 전송 시스템은 빛이 부드럽게 사라지고 등장하는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광안대교를 품은 멀티모달 연출
광안대교의 야간 조명은 드론쇼와 완벽히 맞물렸다.
드론 초상의 하단을 받치는 듯한 다리의 빛, 그리고 교량과 드론 대형이 타임코드 기반 시퀀스 제어로 동시에 변화하는 순간,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무대가 됐다.
안전관리와 비행 시뮬레이션
부산 해안 특유의 바람과 해무, 파도 반사광은 모두 변수였다. 운영팀은 수십 차례 사전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기체 충돌 위험을 최소화했고, 통신 장애 시 자동 귀환 모드가 발동되도록 설정했다. 그 덕분에 수천 대 드론이 완벽한 군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날 밤, 광안리의 하늘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었다. 빛과 기술, 그리고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광복 80주년의 기념비였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