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앱은 구시대 유물로… 기업 운영체제는 AI 에이전트가 대체한다
“앞으로 6~18개월 안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패턴이 정립되고, 2030년이면 AI 기반 비즈니스 에이전트가 기업 운영의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찰스 라만나 부사장이 최근 미국 VC ‘매드로나(Madrona)’ 팟캐스트에서 던진 이 선언은 단순 기술 전망이 아닌, 조직 구조와 업무 철학 자체의 붕괴와 재편을 예고하는 메시지다.
그는 기존 SW의 문제를 폼 기반 인터페이스, 정적 워크플로우, 관계형 DB로 요약하며, 지금의 SaaS 기반 앱들은 “운영은 되지만 쓰이지 않는 메인프레임처럼 남게 될 것”이라 진단했다. 대신 그 자리를 대체할 스택은 자연어 UI, 목표지향형 에이전트, AI 친화 벡터DB로 구성된다.
라만나는 미래의 조직을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구성하는 유기체”로 정의하며, 부서와 직무의 경계조차 다시 그려질 것이라 강조했다.
에이전트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OS다
그의 메시지는 MS 공식 블로그에서도 반복된다. "컴퓨터가 ‘생각의 자전거’였다면, AI는 ‘마음의 제트팩’"이라는 표현은, AI가 단순히 효율을 돕는 보조 수준을 넘어 주체로서 업무를 실행하는 전환기에 우리가 들어섰다는 선언이다.
MS는 이 변화를 ‘Copilot Stack’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했다. 텍스트 기반 UI와 기업 시스템, 이메일, 채팅 플랫폼을 아우르는 에이전트가 곧 모든 직무의 새로운 진입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여전히 ‘실행형 에이전트’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생성형 AI 도입을 활발히 알리고 있지만, 실제 AI 에이전트가 기업 시스템에 명령을 내리고 실행까지 담당하는 구조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삼성전자의 ‘Samsung Gauss’는 문서 작성, 요약, 번역 등 업무 보조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Microsoft Copilot을 기반으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도입했으며, LG도 자체 언어모델 ‘ChatEXAONE’을 통해 프롬프트 추천, 문서 이해 등 대화형 활용을 중심으로 실험 중이다.
이들 사례 모두 기업의 ERP, CRM 등 주요 시스템을 AI가 직접 호출하거나 명령을 실행하는 ‘행동형 에이전트’로 운영된다는 공개 자료는 없다. 에이전트가 실행 주체로서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고,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워크플로를 움직이는 구조는 아직 국내에선 구현되지 않은 셈이다.
결국 한국은 여전히 문서를 요약하고, 질의에 답하고, 번역을 보조하는 ‘도우미형 AI’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에이전트가 실질적 실행자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 정책, 권한 설정, 조직 내부 이해도 측면에서 아직 과제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키나락스, ‘실행하는 에이전트’를 공장에 배치하다
예외는 있다. 산업 AI 스타트업 마키나락스는 반도체·배터리 공정에서 에이전트를 실전 배치해 불량 원인 탐지와 실시간 제어를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는 인간의 개입 없이 에이전트가 판단·실행하는 국내 첫 사례 중 하나다.
이 회사는 API·DB 에이전트를 활용해 공정 흐름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에이전트가 단순 답변이 아닌 업무의 주도권을 갖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제는 ‘AI 전략총괄(CAIO)’이 필요한 시점이다
AI 에이전트가 실무에 깊게 들어오려면 기술보다 먼저 설계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거버넌스와 책임 구조다.
미국·유럽 주요 기업은 이미 CAIO(Chief AI Officer)라는 C레벨 직책을 신설하며, 에이전트 시대를 총괄하는 리더십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CAIO 주도로 에이전트 사용 시 ‘윤리적 검토’, ‘편향 위험 분석’, ‘휴먼 인 더 루프 기본 탑재’를 기준으로 삼는다. 골드만삭스는 에이전트의 금융 판단 결과에 대해 사전·사후 감사 체계와 법률 대응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체계, 데이터 책임 소재, 이사회 차원의 감시 구조까지 다시 짜는 일이 된다는 의미다.
A2A 시대, 인간은 전략가로 진화한다
에이전트끼리 협력하는 A2A(Agent-to-Agent) 시대에는 인간의 역할은 ‘실행자’에서 ‘설계자’로 이동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묶을지, 에이전트가 어디까지 실행할지, 책임은 누가 질지 등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조직 내에서 새롭게 자리 잡는다.
그 중심에는 CAIO가 있고, 각 실무자는 에이전트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프롬프트 설계, 오케스트레이션, 윤리적 감수성 훈련이 필수 역량으로 전환된다.
앱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에이전트가 일한다
라만나 부사장은 “앱은 여전히 돌아가겠지만, 주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버튼을 눌러 앱에서 처리하던 일들은, 이제 자연어로 에이전트에게 전달되고,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받는 시대가 온다.
에이전트는 새로운 OS다. 2030년이라는 미래는 예측이 아니라 마감 기한이다. 지금 시도하지 않는 기업은 곧 도태될 것다. 앱은 사라지지 않지만,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일을 실행하는 건 이제 에이전트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