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1초 사용량 수준”…AI 에너지 소비 투명성에 첫 발
구글, 프롬프트 처리 시 자원 소비 세부 수치 공개
구글은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에 들어가는 전력, 물, 탄소 배출량을 최초로 수치화해 공개했다.
구글은 자사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제미나이(Gemini) 앱에서 프롬프트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전력 소비, 물 사용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대형 AI 기업 중 최초의 시도이며, AI의 자원 소비 실체에 대한 투명성 측면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평균 프롬프트 하나가 소비하는 에너지, CO₂, 물은?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는 전자레인지 1초 사용에 해당하는 전력과 물방울 몇 방울 수준의 자원을 소비한다.
제미나이의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를 처리할 때, 0.24Wh의 전력, 0.26ml의 물, 0.03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구글은 이를 "전자레인지 1초 가동", "물방울 다섯 방울", "종이보다 가벼운 탄소 배출" 수준으로 비유했다. 즉, 작아 보이는 질문 하나가 데이터센터에서 물리적인 자원 소비를 유발한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한 것이다.
AI 인프라 에너지 사용 구조, 어떻게 구성되나?
AI 프롬프트 처리에 쓰이는 전력 중 절반 이상은 AI 칩이 차지하며, 나머지는 메모리, 스토리지, 냉각 등 인프라가 나눠 갖는다.
구글은 프롬프트 처리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구조를 세분화했다. 전력 사용의 58%는 AI 전용 칩(TPU 등)에서, 25%는 CPU와 메모리, 10%는 저장 장치, 8%는 냉각 및 전력 변환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AI 한 줄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전력은 전산 자원 전체의 합작품임을 보여준다.
전력 효율, 1년 만에 33배 개선
2024년 대비 2025년에는 프롬프트당 전력 소모가 3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구글은 1년 전과 비교해 프롬프트 처리 효율이 33배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선은 모델 구조 개편, 소프트웨어 최적화, 하드웨어 효율 상승 덕분이다. 또한 탄소배출 계산은 일반 전력망이 아닌, 구글이 구매한 청정에너지 기준으로 산정돼, 업계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 “AI 에너지 등급제 도입 필요”
자원 소비 수치는 진일보했지만, 쿼리 총량 공개 없이 AI 탄소 총량은 여전히 미지수다.
미시간 대학과 허깅페이스의 연구자들은 구글의 발표가 업계 최초로 실측 기반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텍스트만 포함되었고, 복잡한 쿼리에 대한 변동성은 빠져 있으며, 전체 처리량(쿼리 수)은 여전히 비공개라는 점에서 표준화된 AI 에너지 등급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자원 소비, AI 시대의 책임
우리가 입력한 프롬프트 한 줄이 실제 전력·물·탄소를 발생시킨다.
이번 발표는 AI 기술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환경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향후 AI 기술 발전 방향은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함께 평가되는 시대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