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사례로 본 K-POP의 새로운 가능성, XR이 여는 무대

K-POP 시장은 포화 상태다. 매달 신인 그룹이 데뷔하지만, 대부분은 화제성 한두 번을 만들고 사라지기 일쑤다. 방송 출연과 뮤직비디오 공개만으로는 더 이상 팬덤을 확보하기 어렵다. 음원 차트 상위권은 이미 거대 기획사의 자본력과 글로벌 마케팅에 의해 선점돼 있다. 그렇다면 신생 기획사와 신인 그룹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최근 몇몇 그룹이 주목하는 해법이 있다.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이다. 단순히 기술적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팬덤 경험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

리센느, ‘향기’를 XR로 확장하다

2024년 데뷔한 5인조 걸그룹 리센느(RESCENE)는 처음부터 차별화된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이름 자체가 ‘Scene(장면)’과 ‘Scent(향기)’의 합성어로, 음악을 향기로 기억하게 한다는 독창적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승부수는 음악 바깥에서 펼쳐졌다. 바로 XR 플랫폼을 활용한 팬덤 경험 전략이었다.

SCENT ROOM

데뷔 초 선보인 SCENT ROOM은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으로, 팬들이 멤버별 전용 공간을 탐험하며 독점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단순히 뮤직비디오나 화보를 보는 것을 넘어, 팬들이 ‘직접 들어가 경험하는 무대’를 제시한 셈이다.

SCENEDROME SPACE

이후 첫 미니앨범 SCENEDROME 발매와 함께 공개된 SCENEDROME SPACE는 그 진화를 보여준다. 앨범 세계관 전체를 XR 공간으로 구현해, 팬들이 음악과 서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각 멤버의 공간에서는 개인 브이로그와 포토카드가 공개되었고, 메인 공간에서는 앨범의 서사를 상징하는 시각적 장치들이 배치됐다.

이는 팬들이 단순히 곡을 듣고 무대를 보는 것을 넘어, 그룹의 세계관 안으로 들어와 탐험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리센느가 보여준 전략적 도전과 시사점 

리센느의 시도는 눈길을 끄는 이벤트에서 그치치 않는다. K-POP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 세계관 몰입 강화

기존 아이돌 마케팅은 뮤직비디오, 화보, 예능 출연 등 파편적 경험에 의존했다. XR은 이를 하나의 통합된 몰입형 경험으로 묶는다. 팬은 더 이상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 팬덤 충성도 제고

멤버별 공간과 한정판 콘텐츠는 팬에게 특별한 소속감을 부여한다. 이는 단순 소비자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장기적인 팬덤 유지와 커뮤니티 형성에 필수적인 장치다.

-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XR 플랫폼은 단순 홍보가 아니다. 유료 티켓, 한정판 디지털 굿즈, 패키지 판매로 직접적인 수익화를 연결할 수 있다. 이는 음반 판매와 공연에 의존해온 기존 수익 구조를 다변화시키는 대안이다.

- 글로벌 팬덤 접근성

물리적 공연장은 거리와 비용의 제약이 크다. XR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신인 그룹에게 글로벌 팬덤 유입의 중요한 창구가 된다.

신인 아이돌의 새로운 생존 전략

K-POP의 전통적 성공 경로는 명확하다. 방송 무대 → 팬덤 형성 → 음반 판매 → 해외 투어. 하지만 이 경로는 이제 소수 대형 기획사와 상위권 그룹에게만 유효하다. 신생 기획사와 신인 그룹은 기존 문법을 따르다가는 금세 잊히는 운명에 놓인다.

리센느의 사례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무대가 방송국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팬이 접속하는 그 순간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 XR은 신인 그룹에게 물리적 한계를 넘는 무대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차별화된 팬덤 경험을 통한 경쟁력 확보다.

앞으로의 전망

물론 한계도 있다. 기술 접근성 문제, 반복 방문을 유도할 업데이트 전략, 그리고 성과 측정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XR은 이제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아이돌 생태계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방송 출연과 음반 활동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 팬덤이 중심이 되는 K-POP 생태계에서, 신인 그룹은 얼마나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XR은 단순한 마케팅 기법을 넘어, 신인 그룹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무대를 확보하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리센느의 사례는 XR이 단순히 기술 트렌드에 머무르지 않고, 신인 아이돌에게 차별화된 세계관, 지속 가능한 팬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하는 강력한 생존 전략임을 입증한다. 앞으로 더 많은 신인 그룹이 XR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확립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소소한 탐색자 칼럼니스트 dkfg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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