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벨의 모습  사진=타코벨
타코벨의 모습  사진=타코벨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이 드라이브스루에 도입한 AI 주문 시스템이 잇따른 오류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관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음료는요?” 반복된 질문에 말문 막힌 고객

타코벨은 2023년부터 미국 내 500여 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인공지능(AI) 음성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이고 고객 회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AI가 고객의 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문제가 잇따랐다.

최근 SNS에는 한 고객이 드라이브스루에서 겪은 황당한 상황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고객은 “마운틴듀 큰 사이즈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했지만, AI는 “음료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되풀이했다. 고객이 같은 말을 반복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2,150만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물 1만 8천 컵 주세요”에 AI는 “어?” 한 마디

또 다른 영상에서는 고객이 장난 섞인 말투로 “물 1만 8천 컵 주세요”라고 하자, AI가 수초간 침묵한 뒤 “어?”라는 짧은 응답을 남기고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매장 직원이 직접 응대에 나서면서 주문은 인간 직원이 처리하게 됐다.

타코벨 측은 해당 사례 이후 드라이브스루에 적용된 AI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 시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도 겪었던 ‘AI 주문의 한계’

AI 주문 시스템 오류는 타코벨만의 문제는 아니다. 맥도날드 역시 AI를 드라이브스루에 적용했다가 여러 차례 주문 실수를 겪은 바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아이스크림에 베이컨을 추가하거나, 수백 달러어치의 치킨너겟을 자동 주문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결국 맥도날드는 지난해 해당 AI 시스템을 전면 철수하며, 기술 도입보다는 고객 응대의 정확성과 신뢰가 우선임을 시사했다.

타코벨 CTO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타코벨 최고디지털책임자(CTO) 데인 매튜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I 음성 기술을 구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며 “때로는 실망스럽지만, 어떤 순간에는 놀라울 정도로 잘 작동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 확보가 관건

AI 기술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실사용 환경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인 주문 시스템에서는 기술의 정확성과 대응력이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타코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방향으로 AI 활용 정책을 조정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