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의 협업, 9개월 만에 제작한 3천만 달러 규모 장편 애니메이션
내년 5월 칸 영화제에 인공지능(AI) 서비스업체 '오픈AI' 소속 창작 전문가가 기획하고 AI 도구를 전면적으로 활용해 만든 애니메이션 장편영화가 출품될 예정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크리터즈’, AI 창작물의 첫 실전 테스트
오픈AI는 2023년 단편으로 완성한 ‘크리터즈’를 바탕으로 장편 영화로 확장해 제작에 돌입했으며,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숲 속 생명체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도구 ‘DALL·E’와 인간 아티스트들의 협업을 통해 구현됐다.
장편 버전에는 영국 런던의 영화 제작사 버티고 필름스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 네이티브 포린(Native Foreign)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픈AI,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를 직접 증명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픈AI가 생성형 AI가 할리우드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크리터즈’는 총 9개월 만에 완성될 예정이며, 제작비는 약 3천만 달러(한화 약 420억 원)로 추정된다. 이는 일반적인 장편 애니메이션이 평균 3년 이상 걸리고 수천억 원대 예산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혁신적인 수치다.
인간과 AI의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 저작권 보호도 고려
‘크리터즈’는 전면적인 AI 제작이 아닌, 인간과 AI의 역할을 분담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캐릭터의 목소리는 전문 성우가 맡고, AI 도구인 GPT-5와 이미지 생성기는 인간이 제작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학습해 영상화한다.
대본은 2024년 개봉한 라이브액션 애니메이션 ‘패딩턴: 페루에 가다!’에 참여했던 작가진 일부가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제작진은 인간의 창작 참여가 포함됨으로써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말보다 행동”… 기술보다 결과로 증명하는 오픈AI
‘크리터즈’를 기획한 채드 넬슨은 "오픈AI가 말로 자사의 도구를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데모가 아닌, 오픈AI 기술의 실전 적용 사례이자 콘텐츠 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의 제작 자금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페더레이션 스튜디오스(Federation Studios)가 지원하고 있으며, 참여 스튜디오들은 수익 발생 시 약 30명의 제작 인력과 성과 기반 보상 모델을 공유할 계획이다.
콘텐츠 업계는 아직 신중… ‘크리터즈’가 선례 될까
디즈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 역시 AI 도구를 일부 제작 과정에 도입하고 있지만, 전면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배우 및 작가 단체의 반발, 저작권 논란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창작 주체로서 인간을 인정하고 있으며, AI 단독으로 생성한 콘텐츠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터즈’처럼 인간이 주요 창작 과정에 개입한 하이브리드 방식은 앞으로 AI 콘텐츠 제작의 기준 모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