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AI 인프라 강자로 부상...81세 CTO의 반전 드라마
2025년 9월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깜짝 반전을 목격했다. 81세의 오라클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래리 엘리슨이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블룸버그 기준 장중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다. 실적 부진과 혁신 정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오라클이 AI 인프라 강자로 부상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초월한 결과다.
33년 만의 대반전, 오라클 주가 36% 폭등
이날 오라클 주가는 전일 대비 35.95% 오른 323.3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고치는 345.72달러, 상승률은 무려 43%. 이는 1992년 이후 33년 만의 일일 최대 상승폭이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339조 원(2440억 달러)이 불어났고, 장중 기준으로는 1조 달러 돌파에 근접했다.
그 중심에는 엘리슨이 있었다. 41%라는 압도적인 지분율을 유지한 덕에 순자산은 하루 만에 약 139조 원(1000억 달러) 증가했고, 장중 자산 규모는 3930억 달러(약 545조 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각 머스크는 3850억 달러에 그쳤다.
오라클은 왜 주목받았나?…“AI 수요 폭발”
오라클의 화려한 부활은 단순한 주가 변동이 아닌 AI 인프라 시장의 재편을 보여준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강자인 오라클은 클라우드 전환에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대 들어 AI와 클라우드 중심의 전략 수정을 본격화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핵심은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 4550억 달러(631조 원). 이는 전년 대비 359% 급증한 수치로, 시장 예상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실제로 클라우드 매출도 올해 77% 성장했고, 4년 뒤에는 1440억 달러(8배 증가)로 전망된다. 도이체방크는 이를 두고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오픈AI와 416조 원 규모 컴퓨팅 계약
가장 주목받은 뉴스는 오픈AI와의 초대형 클라우드 계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픈AI는 향후 5년간 오라클에서 무려 3천억 달러(약 416조 원)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는 AI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 중 하나다.
게다가 이 계약은 단순한 클라우드 호스팅이 아닌, 4.5GW 규모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슈퍼컴퓨팅 클러스터 구축이 포함돼 있어, AI 모델 학습과 추론의 물리적 기반을 오라클이 책임지는 셈이다.
트럼프와의 관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까지
엘리슨의 사업 감각은 기술뿐 아니라 정치적 연결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오랜 트럼프 지지자로, 2020년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했으며, 트럼프 캠프의 자금 모금에도 적극 참여했다. 최근에는 샘 올트먼(오픈AI), 손정의(소프트뱅크)와 함께 5000억 달러(694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백악관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엘리슨이 단순한 부호를 넘어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재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