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는 인류의 미래다”…총알 확보를 위한 매각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또 한 번 ‘큰 그림’을 그렸다.
11일(현지시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지분 전량(약 58억 달러)을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공개된 실적은 2년 만에 순이익 2배 급등(2조5000억엔). 하지만 시장의 초점은 숫자보다 그의 ‘다음 행보’에 쏠렸다.
소프트뱅크는 매각 자금으로 오픈AI에 최대 300억 달러(약 43조 원)를 투입한다. 이미 108억 달러를 출자했고, 내년 1월까지 225억 달러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GPT(언어모델)에 ‘올인’하는 승부수다.
■ 엔비디아 대신 오픈AI…하드웨어보다 ‘두뇌’로 간다
손 회장은 한때 엔비디아를 “AI 시대의 석유 기업”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향을 틀었다. AI 인프라(하드웨어)를 넘어, AI 두뇌(소프트웨어)로 중심축을 옮긴 것이다.
엔비디아 주식 매각 시점은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0월로 단기 차익을 확보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AI 생태계 지배 전략의 ‘실탄’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는 최근 비영리 조직에서 주식회사로 전환, 외부 대규모 투자 유치가 가능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이 구조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 ‘스타게이트 프로젝트’…AI 인프라의 새로운 우주
손 회장은 오픈AI, 오라클과 손잡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5000억 달러 규모)를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 내 초대형 데이터센터 5곳을 건설해, 글로벌 AI 인프라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번 엔비디아 매각은 단순한 지분 정리가 아니다. ‘GPU를 사는 기업’에서 ‘AI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으로 소프트뱅크의 정체성을 바꾸는 전환점이다.
ABB 로봇사업부(54억 달러 인수), ARM의 AI 반도체 설계 확장 등 일련의 행보가 이 전략의 퍼즐을 채운다.
■ “AI 중심에 소프트뱅크를 세울 것”…손정의의 장기 포석
손정의는 과거 엔비디아를 너무 일찍 팔아 1500억 달러의 잠재 수익을 놓쳤다며 “평생의 실수”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엔비디아를 다시 팔았다. 이유는 단 하나, ‘AI 전쟁의 중심에 서겠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AI는 인류의 진화이자 문명의 전환점”이라며 “소프트뱅크를 그 중심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택은 단기 차익보다 AI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려는 ‘제2의 ARM 전략’에 가깝다.
■ 손정의의 다음 수는 ‘AI 국가전략형 투자’
이번 베팅은 단순히 한 기업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로봇–언어모델–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거대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며, AI 시대의 ‘산업 인프라 국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손정의가 엔비디아를 팔고 오픈AI를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AI 생태계의 중심은 연산력이 아니라 지능 그 자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번 승부수는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라, 일본을 넘어 ‘AI 국가 전략형 투자자’로 진화하는 손정의의 선언에 가깝다.
그의 선택이 또 한 번의 ‘평생의 실수’가 될지, 아니면 ‘평생의 확신’으로 남을지는 이제 막 쓰여지기 시작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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