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오픈AI 33조 추가투자, 한국형 소버린AI전략과 충돌하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OpenAI)에 225억 달러, 약 33조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다.
이번 결정으로 소프트뱅크의 오픈AI 누적 투자액은 347억 달러(약 50조 8천억 원)에 달하며, 지분율은 11%로 상승한다. 단순한 자본 투입 이상의 의미가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AI 반도체 기업을 통한 ‘간접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생성형 AI 그 자체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이다. 손정의 회장은 더 이상 인프라의 뒤가 아닌, AI 혁신의 중심 무대에 직접 서겠다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방향 전환이 일본의 산업 구조만이 아니라, 한국의 소버린 AI(Sovereign AI) 전략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오픈AI와 손을 잡으며 미국 중심의 AI 질서에 깊숙이 편입됐다. 반면 한국은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주권’을 내세우며, 자국의 데이터·언어·문화에 기반한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즉, 일본이 “글로벌 플랫폼의 일부가 되겠다”는 길을 택했다면, 한국은 “우리 언어로 사고하고 우리 데이터로 훈련되는 AI를 만들겠다”는 완전히 다른 철학을 택한 것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이미 한국어 특화 대규모 언어모델(LLM)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주권형 AI 전략에서도 실질적인 핵심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손정의의 이번 오픈AI 대규모 투자는 단순히 한일 기업 간 경쟁의 문제를 넘어, AI 주권과 AI 통합이라는 이념적 대립 구도를 본격화시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오픈AI, 일본의 야후, 그리고 자회사 LY코퍼레이션(네이버 라인-야후 합작사)를 통해 동북아 AI 생태계를 하나의 글로벌 AI 인프라로 통합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동남아시아·중동 국가들과 협력하여, 각국의 언어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AI 생태계’, 즉 지역별 소버린 AI 모델 확산을 꾀하고 있다. 이는 곧 글로벌 플랫폼이 추진하는 ‘AI 단일 표준화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네이버 입장에서 이번 투자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한편으로는 LY를 통한 일본 내 협력 기회가 확대될 수 있지만, 동시에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중심 전략이 LY를 ‘글로벌 플랫폼의 현지 허브’로 재편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된다면 네이버의 AI 독립성과 한국의 AI 주권 전략 모두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이 경쟁의 본질은 기술력이 아니라 AI의 문화적 주권에 있다.
AI가 어떤 언어로 사고하고, 어떤 문화적 감수성으로 응답하느냐가 향후 국가 브랜드의 힘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손정의는 자본과 인프라를 무기로 “AI의 주류 언어를 통제하려는 쪽”에 베팅했다. 반면 한국과 네이버는 “AI의 언어 다양성과 주권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AI는 더 이상 특정 국가의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의 세계관으로 훈련되었는가는 여전히 남는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글로벌 AI 질서 속에서 언어적 독립성을 공고히 하고,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욕구를 지닌 아시아·중동 국가들과 손잡아야 한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자본이 만든 AI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이 만든 AI, 그 자체로서의 AI다. 그것이 한국형 AI가 세계 속에서 설 자리를 확보하는 길이다.
신승호 칼럼니스트 sh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