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한국형 범용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사람 손의 마지막 난제를 넘는다
일론 머스크가 포기한 '로봇 손'…국내 스타트업이 정면 승부 나섰다
“로봇 손가락이 가장 어렵다.”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옵티머스(Optimus)’ 개발 현황을 공개하며 손과 팔뚝 구현이 로봇 설계에서 가장 큰 기술적 난제라고 고백했다. 그는 “공장 작업부터 악기 연주까지 가능한 진정한 범용 휴머노이드는 인간 손의 27~28개 자유도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조차 고전하는 이 분야에, 국내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WIRobotics)’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들은 사람 손 크기와 비슷한 로봇 손을 만들었고,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15개의 관절을 넣었다. 또, 센서 없이도 무언가를 만졌을 때 힘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기술을 적용해 주목받고 있다.
사람처럼 ‘잡고, 느끼고, 놓는’ 기술…위로보틱스의 ALLEX가 특별한 이유
위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알렉스는 정확히 사람 손처럼 작동하는 순응형 손가락 시스템을 장착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100g 수준의 미세한 힘도 감지하며, 힘이 가해지면 적절히 ‘밀리며’ 반응하는 인간형 순응 제어를 구현했다.
핵심은 ‘무촉각 힘 감지 기술’이다. 일반적으로는 힘 센서를 써야 하지만, 위로보틱스는 초저마찰 고백드라이브 액추에이터를 이용해 모터 전류 및 역기전력만으로도 힘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반응하는 손가락’이 가능해진다.
손끝 정밀도는 0.3mm 수준으로, 휴머노이드가 일상 작업이나 정밀 조립 등에 투입되기 위한 기준점을 충족시켰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센서 가격·무게·내구성·방수 설계 등에서도 상당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팔까지 연결된 인간형 상반신…모듈형 공급 전략까지 갖췄다
알렉스는 손뿐 아니라 팔·어깨를 포함한 상반신 구조도 혁신적이다. 팔 전체에는 중력보상 구조와 초저관성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힘·위치·강성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고난도 상호작용을 목표로 한다.
특히 ‘팔–손 통합 모듈’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완전체 로봇을 기다리지 않고도 제조·검사·서비스 로봇 등에 바로 이식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다. 위로보틱스는 팔·손만 별도로 납품할 수 있는 B2B 모듈형 전략을 병행하며 조기 매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 로봇개발팀 출신 4인…교수와 현장 베테랑의 투톱 체제
위로보틱스는 2021년, 삼성전자 로봇개발팀 출신 4명이 창업했다. 현재는 김용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코리아텍) 교수와 이연백 전 삼성전자 개발자가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웨어러블 로봇 ‘WIM’ 개발로 CES 2024·2025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는 로보틱스 전문가다. 이연백 대표는 삼성에서 쌓은 18년의 로봇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위로보틱스의 글로벌 사업화와 전략 파트너십을 주도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03년 삼성 입사 동기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공동창업에 이르렀으며, 웨어러블 보행 로봇과 조작 중심 휴머노이드라는 이중 전략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 170억 원 이상 유치…로봇 손가락 기술로 글로벌 진출 예고
위로보틱스는 2023년 Pre-A 라운드에서 40억 원을 유치한 데 이어, 2024년 3월에는 인터베스트가 리드한 시리즈 A에서 총 130억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 참여 투자사는 GU투자, J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 하나벤처스, 퓨처플레이 등이다.
총 170억 원 이상의 누적 투자금을 바탕으로, 위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손–팔 기술의 상용화 및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과는 파일럿 납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중심 로봇에서 '힘 중심 휴머노이드'로의 전환
그간 로봇 산업은 비전(시각 인식) 기술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사람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직접 물건을 쥐고 조작하는 데 필요한 건 ‘힘을 느끼고 반응하는 손’이다.
위로보틱스는 이 같은 요구에 맞춰 센서 없이도 접촉 감지와 순응 제어가 가능한 손가락–팔 통합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넘어서, 향후 제조·의료·가정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사용 가능한 휴머노이드의 핵심 조건으로 평가된다.
다만 위로보틱스의 기술이 진정한 산업 확장을 이루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① 초정밀 액추에이터의 양산 안정성 확보
② 국제 인증 및 제3자 벤치마크를 통한 성능 검증
③ B2B 공급을 위한 모듈화/통합 관리 체계 구축
위로보틱스는 이 과제를 풀기 위해, 완전체 휴머노이드 이전에 팔–손 모듈 납품을 우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수요가 있는 제조 현장부터 기술을 검증해나가겠다는 접근이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