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에 몸을 달아주는 실험” 와이어드가 포착한 오픈AI의 피지컬AI 프로젝트
오픈AI 로봇 연구, 다시 시동걸다
오픈AI가 중단했던 로보틱스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오픈AI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제어 알고리즘 개발팀을 재조직하고, 전담 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 복귀가 아니라, 생성형 AI를 물리 세계로 확장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다. 오픈AI는 엔디비아의 아이작(Isaac)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수백만 번의 가상 조작을 훈련시키고, 사람이 직접 로봇을 원격 조종(teleoperation)하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로봇 제어 AI를 훈련하고 있다
쉽게 말해, 챗GPT로 구축한 언어모델이 텍스트로 사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로봇의 손발을 움직이도록 진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오픈AI, 예전에는 왜 그만뒀을까?
오픈AI의 로보틱스 연구는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2019년엔 로봇팔로 큐브를 조작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지만, 당시에는 실제 환경에서 안정성이 낮고 학습 속도도 느려,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결국 로보틱스 팀은 2021년 해산됐다.
하지만 2024년 5월, 오픈AI는 조용히 로보틱스 그룹을 재출범시켰고, 2025년 들어서는 명확한 방향 전환이 감지된다. 단순한 조작 실험이 아니라,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피규어AI(FigureAI)와의 협업 종료, 오픈AI의 선택은 '독자 노선'
오픈AI는 2024년부터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피규어AI와 협업을 진행해 왔다. GPT 모델을 피규어AI의 로봇에 탑재하는 프로젝트였지만, 2025년 2월, 피규어AI는 “우리는 자체 AI 모델로 간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협업을 종료했다.
협업 종료 배경에는 양측이 제어 기술의 주도권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피규어AI는 수직 통합 모델이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오픈AI는 외부 하드웨어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제어 스택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현재 오픈AI는 로봇 하드웨어는 외부 파트너에 맡기되, 제어 알고리즘, 데이터 수집 및 훈련 파이프라인은 직접 구축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확실히 굳힌 상태다.
그냥 ‘로봇’이 아니라 ‘새로운 AI 스택’이다
오픈AI가 준비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로봇 회사들과는 좀 다르다. 로봇을 일일이 가르치는 대신 시뮬레이터에서 수백만 번 움직이게 하고, 사람이 직접 조작한 걸 따라 하게 하며, GPT 같은 멀티모달 모델로 언어·비전·행동을 통합한다.
이 조합은 로봇에게 “이 상자 좀 옮겨줘”라는 자연어 명령만 주어도, 시각으로 환경을 파악하고, 경로를 계산한 뒤, 손을 움직여 작업을 수행하는 통합 지능형 행동 모델로 진화할 수 있게 한다.
오픈AI가 잘하는 건 바로 이런 대규모 학습 파이프라인 설계다. 기존의 로보틱스 기술보다 더 일반화된 행동 지능을 만들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왜 굳이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인가
오픈AI가 휴머노이드 형태를 택한 이유도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산업 현장과 일상 환경이 ‘사람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문 손잡이, 계단, 운반 장비, 조작 패널 등은 두 팔, 두 다리를 가진 존재에게 최적화돼 있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는 별도의 인프라 없이도 인간의 공간에서 바로 작동할 수 있다. 이 가능성에 투자자들도 주목했다. 피규어AI는 2024년 말 기준으로 39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투자자 명단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한테도 기회는 있다
이제 중요한 건 ‘어디에 기회가 있는가’다. 센서, 감속기, 배터리 같은 부품 공급망은 물론이고 ▲로봇용 시뮬레이션 엔진 ▲로봇 정책 설계 도구(SDK) ▲훈련용 행동 데이터셋 ▲로봇용 LLM 튜닝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쪽 기회도 많다.
특히 오픈AI가 향후 SDK나 개발툴을 공개하거나 파트너십을 확대한다면, GPT 생태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로컬 기술 파트너로서의 한국 스타트업의 입지는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
챗GPT가 ‘생각’했다면, 이제는 ‘움직이는 AI’가 시작된다
오픈AI의 이번 선택은 과거 실패의 반복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 전환이다.
생성형 AI가 텍스트를 넘어서 행동이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확장되는 첫걸음이며, 로봇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GPT 계열의 모델들이 실시간으로 환경을 해석하고 반응하게 만드는 피지컬AI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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