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 에이로봇, 레이보우로보틱스, 로브로스, 블루로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 에이로봇, 레이보우로보틱스, 로브로스, 블루로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AI부터 항공조립까지” 산업 전주기 협업 생태계 본격 가동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단순 연구개발을 넘어 산업현장 실증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시킨 ‘K-휴머노이드 연합’이 삼성전자, LG전자, SK,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기업과 로봇 스타트업, 대학·연구기관을 망라한 70여 곳과 함께 본격적인 공동개발·실증 전선에 들어간 것이다.

범국가적 AI, 로봇, 제조 융합 프로젝트

‘K-휴머노이드 연합’은 한국형 범용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해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범국가적 프로젝트다. 기존의 개별 기업 중심 R&D를 넘어, AI 반도체부터 배터리, 정밀관절 기술, 제조현장 실증까지 6개 전문 협의체를 구축해 수직적 통합과 병렬 실증을 동시에 추진한다.

핵심 축은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서울대, 부산대, ETRI 등) ▲로봇 플랫폼 제조(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로보티즈 등) ▲반도체·배터리 부품(삼성전자, 딥엑스, SK온 등) ▲정밀제조 현장 실증(KAI, LG전자 등) 등이다.

KAI 합류, 항공기 실증으로 ‘신뢰성 검증’

최근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합류다. KAI는 전투기 KF-21과 수리온 헬기 등 국내 항공기 생산을 담당하는 곳으로, 정밀도가 극도로 요구되는 분야다. 조립 공정에서 0.1mm 이하 공차를 요구하는 고정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이는 곧 휴머노이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방증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제작은 좁은 공간, 반복 작업, 위험요소가 많은 만큼 휴머노이드 적용 효과가 크다”며 “이 검증을 통과한 기술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다른 산업군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LG·SK, ‘두뇌-눈-심장’ 기술 다툼 본격화

부품 분야에서는 국내 기술 대기업들이 핵심 부품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반도체와 메모리 기술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할 NPU 기반 고성능 AI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센서 융합 및 음성·제스처·감정 인식 등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분야 기술력을 앞세워 전시·서비스용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온과 삼성SDI는 고출력·경량화 배터리 팩 기술을 휴머노이드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제에 착수했다.

스타트업·중견 로봇기업들 실증 확대

K-휴머노이드 연합의 실증 전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전시 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대중 접점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참여기업인 뉴로메카, 로보티즈, 만드로, 로보웍스, 서큘러스 등은 국산 휴머노이드를 활용한 실증형 전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분야 주요 참여 주체
AI 모델 서울대, 부산대, ETRI, 마음AI 등
로봇 제조 뉴로메카, 로보티즈, 서큘러스, 만드로, 로브로스 등
부품·센서 삼성전자(NPU), LG전자(HRI), SK온·삼성SDI(배터리) 등
실증 기업 KAI, LG전자, 포스코, 삼성전자 등
콘텐츠 전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 연합 참여 스타트업 다수

뉴로메카: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 예정.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 콘텐츠 개발.

뉴로메카 휴머노이드  사진=뉴로메카

로보티즈: 슈트형 조작기를 활용해 실시간 제어 가능한 몰입형 시연 기획.

로브로스: 토크 기반 제어 기술과 이족보행 구동으로 고부하 협업 작업 시연.

서큘러스-만드로-로보웍스: 새로운 형태의 휴머노이드 공동 개발 및 실증 전시.

서큘러스-만드로-로보웍스의 휴머노이드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서큘러스-만드로-로보웍스의 휴머노이드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연구실에서 산업 현장으로 확산

산업 전문가들은 “K-휴머노이드 연합은 단순한 협력체를 넘어, 한국이 로봇-AI 제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본다.

특히 국산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산업 실증 경험이 결합될 경우, 글로벌 로봇 패권 구도에서 독자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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