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 사진=최종현학술원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 사진=최종현학술원

LG전자 김영재 수석연구위원, 최종현학술원 강연서 진단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서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진화할 수 있을까. LG전자 김영재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로봇의 피지컬 AI 수준은 10단계 중 2단계에 불과하다”면서도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면 결국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탄소 지능 vs. 실리콘 지능”

김 연구위원은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공동 주최한 ‘SF, 로봇, 인간’ 특별 강연에서 인간 지능을 ‘탄소 지능’, 인공지능을 ‘실리콘 지능’으로 구분했다. 두 지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인간과 로봇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자유의지’를 꼽았다.

“DNA가 지시하는 대로,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주어진 대본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인간만의 자유의지입니다.”

AI와 로봇이 상당 부분 인간을 대체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남을 고유의 영역은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로봇 발레리나가 못 주는 감동

강연에서는 기술의 한계와 인간성의 차이도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로봇 발레리나 사례를 들어, “로봇은 동작을 완벽히 따라할 수 있지만 무대에서 땀과 호흡, 울림을 전하는 감동은 부족하다”며 “결국 ‘저건 로봇이야’라는 인식이 개입되는 순간 감정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AI 판사와 인간 판사의 차이도 언급했다.

“AI 판사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지만, 인간 판사는 시대와 이해관계 속에서 판단합니다. 역사의 심판은 결국 후대의 몫이죠.”

데이터가 열쇠…로봇 보급 확대 필요

같은 강연에 나선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UIUC) 교수는 디즈니리서치, 카네기멜런대, 삼성전자에서의 연구 경험을 공유하며 “AI 발전의 열쇠는 결국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공장용 로봇은 반복 작업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기 쉽지만, 일상 속 로봇은 보급이 부족해 학습 데이터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더 많은 로봇이 보급돼야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그래야 로봇이 진정한 지능을 갖출 수 있다”며 로봇 보급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로봇공학자의 도전, SF에서 현실로

김 교수는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하는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SF에서 그려온 상상을 연구실에서 현실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로봇공학자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UIUC KIMLAB은 휴머노이드 로봇 ‘파프라스’, 점프 로봇 ‘링봇’ 등을 개발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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