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쓴 유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가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KAIST

강남에 등장한 ‘로봇 신사’

강남 도심 한복판, 모자를 쓴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걷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 주인공은 KAIST 명현 교수 연구팀 출신들이 창업한 유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다. 외부 센서 없이 자체 내장 정보만으로 보행을 제어하는 ‘맹목(blind) 보행 제어기’ 기술을 적용해 낮·밤,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보행을 보여주고 있는 유로보틱스 로봇.  사진=KAIST
안정적인 보행을 보여주고 있는 유로보틱스 로봇.  사진=KAIST

유로보틱스는 2023년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사족보행 경진대회에서 MIT를 제치고 우승했던 기술력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보행을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오는 10월 열리는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학회 ‘Humanoids 2025’에서 정식 성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조선소를 공략한 ‘승월 로봇’

반면, 디든로보틱스는 조선업 특화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KAIST 휴보랩 DRCD 연구실 출신 4명이 2024년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철제 벽면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DIDEN 30’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사진=KAIST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사진=KAIST

자율주행, 자석 발, 족형 다리 구조를 결합한 DIDEN 30은 선박 건조 현장에서 구조물 사이를 넘어서는 ‘론지 극복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는 좁은 액세스홀 통과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2026년 하반기부터 용접·검사·도장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디든로보틱스는 독자적 AI 학습 플랫폼 ‘DIDEN World’를 개발해 시행착오 없는 오프라인 강화학습 방식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로봇 ‘눈’ 역할을 하는 3D 인식 기술을 고도화하며 완전 자율 보행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9월 삼성중공업 현장 테스트에서 론지 극복과 용접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용접작업을 하고 있는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사진=KAIST
용접작업을 하고 있는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사진=KAIST

KAIST 로봇 창업 생태계 확산

현재 디든로보틱스는 삼성중공업, HD현대삼호,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소와 협력 중이다. 김준하 대표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와 자동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유로보틱스의 유병호 대표 역시 “휴머노이드 완전 자율보행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산업 현장에 곧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 개발 의지를 강조했다.

KAIST 창업원 배현민 원장은 “학내 로봇 창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단계부터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연구 결과를 넘어 산업 현장 적용과 글로벌 무대 진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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