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래식 작품을 실감나는 'KMJ 뮤지엄'의 XR 공간에서 만나보세요.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그림 한가운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좀 낯섭니다. 우리가 성화에서 보던 고통스러운 표정도, 사실적인 살빛도 없습니다.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마치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 같은 예수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왜 예수가 노랗지?”
작품명: 황색 그리스도
작가: 폴 고갱
제작 연도: 1889년
기법: 캔버스에 유화
크기: 93 x 73 cm
소장처: 버팔로 AKG 미술관
세상에 없던 노란 예수, 그 속에 담긴 의미
그림 중앙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고통스러운 모습 대신, 노란색의 잔잔한 표정으로 그려진 예수가 보입니다.
고갱에게 이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노랑은 태양빛, 곡식의 풍요, 생명력의 색입니다. 동시에 고갱이 머물던 브르타뉴 지방의 황금빛 풍경을 상징했죠. 예수의 고통을 ‘죽음의 검은색’이 아니라, ‘삶의 노란색’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그림의 아래에는 브르타뉴의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묵묵히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슬픔에 잠겨있지 않고, 마치 그들의 일상처럼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고갱은 이 그림을 통해 고통과 슬픔을 넘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신앙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황색 그리스도' 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종교화를 그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고갱은 그 당시 유행하던 사실적인 묘사를 거부했습니다. 원근법, 명암, 사실적 피부색 다 버리고, 평면적이고 강렬한 색채만 남겼습니다. 이는 당시 인상주의가 추구하던 ‘빛의 순간 포착’에도 싫증을 느낀 고갱이 새로운 길을 찾던 실험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이 그림으로 선언했습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마음에 느껴지는 진실을 그린다.”
오늘 우리에게 남는 질문
‘황색 그리스도’는 고갱의 대표작이자, 이후 원시주의와 상징주의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고갱이 색으로, 형태로, 신앙으로 표현하려 했던 건 결국 ‘삶의 본질’이었죠.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