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보는 Nikon, 헤메는 Sony

수년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Sony에 Nikon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이 칼럼은 Sony FX2와 Nikon ZR의 등장에 주목하며, 두 브랜드의 경쟁 구도를 분석하고 과연 시장의 왕좌가 바뀔 수 있을지 전망한다.

Z 시리즈의 최신 모델 Nikon ZR   [사진] Nikon
Z 시리즈의 최신 모델 Nikon ZR   [사진] Nikon

Sony의 FX2: '시네마'와 '컨슈머' 사이에서 길을 잃다

Sony의 FX2는 FX3의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을 원했던 사용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애매한 포지션으로 등장했다. FX2는 5년만의 시네마 라인업임에도 몇 가지 영상 특화 기능만 붙인 마이너 업그레이드 모델에 불과하다. 특히 틸트 가능한 EVF는 전문가용 리그(rig)을 구축할 때 걸리적거려 '그들만의 리그'로 확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간단한 마이크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EVF   [사진] Chris Brockhurst 
간단한 마이크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EVF   [사진] Chris Brockhurst 

FX3보다 15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과 나아진 DR(다이내믹 레인지) 범위와 AI 포커스는 확실한 장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노후화된 FX3를 대신하고자 했던 전문가에게 웨이브폼, 폴스 컬러, 반쪽짜리 디스퀴즈 등 '시네마' 카메라로서의 정체성이 거의 없다는 점은, 결국 컨슈머용 미러리스를 껍데기만 바꿔 비싸게 판매한다는 평을 내며 '시네마'와 '컨슈머'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Nikon의 '숲을 보는' 전략, 사용자의 마음을 흔들다

"Nikon은 새를 찍기 위해 숲이나 오지로 들어간다"는 밈처럼, 기존의 Nikon은 극도로 전문 사용자층이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Nikon은 사용자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Sony와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Nikon의 '이미징 레시피' 왼쪽이 적용 전, 오른쪽이 적용 후   [사진]  Nikon
Nikon의 '이미징 레시피' 왼쪽이 적용 전, 오른쪽이 적용 후   [사진]  Nikon

Z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Nikon ZR은 시네마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 친화' 기능에 집중했다. 특히 Nikon의 '이미징 레시피(Imaging Recipes)' 기능은 복잡한 후보정 없이도 감각적인 결과물을 얻게 해, 전문가부터 입문자까지 모두 촬영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반면 8K RAW 영상 촬영과 14스톱 이상의 DR같은 기술적 사양은 영상 전문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이처럼 Nikon ZR은 접근성과 기술적 완벽함을 동시에 제공하며, 성능과 사용성 모두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자의 변화'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지금까지 미러리스 시장은 누가 더 뛰어난 성능과 기술력을 가졌는지에 따라 판가름났다. 하지만 Nikon ZR의 등장은 이제 경쟁의 축이 '성능'에서 '사용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Nikon ZR은 초보자에게 창작의 즐거움을, 전문가에게는 믿을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하며 카메라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Nikon의 Z마운트 라인업   [사진] Nikon
Nikon의 Z마운트 라인업   [사진] Nikon

Sony가 하이엔드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Nikon은 '사용자 친화'라는 무기로 더 넓은 시장의 지지를 얻고 있다. 과연 Sony의 '기술 지상주의'가 계속해서 왕좌를 지킬지, 아니면 Nikon의 '사용자 친화 전략'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역사를 쓸지, 카메라 시장의 흥미로운 변화가 주목된다.

선종호 칼럼니스트 pigbot9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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