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I의 탈경계' 전략과 L-마운트 시장 합류

최근 카메라 업계에 뜨거운 화두가 떠올랐다. 드론 및 짐벌 시장의 강자인 DJI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한다는 루머다. 이 소문이 현실이 된다면, 이는 수십 년간 카메라 시장을 지배해 온 Sony, Canon, Nikon 등 기존 강자들의 성역에 도전장을 던지는 대담한 행보가 될 것이다.

DJI의 대표적 제품군 드론, 짐벌,액션캠   [사진] DJI Store

이러한 움직임은 DJI가 단순히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넘어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이미 드론, 액션캠, 짐벌 등 영상 제작에 필수적인 장비들을 아우르는 DJI가 전문가용 카메라까지 추가하며 촬영 전반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장비를 자사의 솔루션으로 완결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DJI의 강점: 단순한 카메라가 아닌 '새로운 경험'

DJI가 선보일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 플레이어들과 차별화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타 카테고리 제품군 기술의 시너지다. DJI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짐벌 및 영상 안정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루머에 따르면, 신제품은 이 기술을 내재화한 4D 안정화 기능을 탑재하여 별도의 무거운 짐벌 없이도 압도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 2017년 DJI가 인수한 Hasselblad의 색감 기술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접목하여 사진과 영상 모두에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Hasselblad의 LiDAR 기반 오토포커스 시스템 개발을 DJI가 도왔다는 점은, DJI가 이미 카메라 핵심 기술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L-마운트 생태계   [사진] L-마운트 홈페이지 

둘째, L-마운트 동맹 합류다. DJI는 Leica, Panasonic, Sigma 등 유수의 브랜드가 공유하는 L-마운트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별도의 렌즈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풍부한 렌즈군을 활용할 수 있는 큰 장점을 제공하는 영리한 전략이다.

셋째, 크리에이터 중심의 설계다. DJI는 오랜 시간 드론과 짐벌을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카메라는 영상에 특화된 기능들(예: 내부 ND 필터, 4K/120p 촬영, DJI 마이크와 연동되는 4채널 오디오)을 대거 탑재하여 기존 카메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워크플로우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편의기능은 전문가영역에서의 영상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DJI가 넘어야 할 벽: 신뢰와 인프라

하지만 DJI의 미러리스 시장 진출이 장밋빛 미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DJI는 기존 카메라 명가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첫째, 치열한 경쟁이다. 이미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은 Sony, Canon, Nikon, Panasonic 등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 오션'이다. DJI가 혁신적인 기능으로 초기에 주목받을 수 있겠지만, 시장에 안착하여 지속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캐논이 장악한 프레스 업계   [사진] 캐논
캐논이 장악한 프레스 업계   [사진] 캐논

둘째, 현장 워크플로우 및 지원의 한계다. 상업 현장은 빠르고 안정적인 파일 전송 기능을 요구한다. DJI가 기존 카메라 시스템을 뛰어넘는 안정성과 속도를 보장할 수 있을지, 특히 펌웨어 오류나 기기 충돌 같은 치명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DJI가 기존 브랜드와 같은 수준의 글로벌 유통망 및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구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셋째, 프레스 시장의 신뢰 문제다. 물론 중형 카메라와 프레스 바디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프레스가 사용하는 바디는 그자체로 신뢰도와 안정성을 의미한다. DJI의 명성은 주로 영상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 현장의 역동성을 빠르게 포착해야 하는 프레스 기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바디와 렌즈, 그리고 검증된 워크플로우를 우선시한다. '드론 회사'라는 이미지가 극한의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프레스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론: 도전이 불러올 새로운 파장

Hasselblad와 비슷한 디자인의 DJI 중형 카메라 예상 이미지   [사진] photorumors com

DJI의 미러리스 카메라 루머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 소식을 넘어, 드론과 짐벌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적인 영역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만약 이 도전이 성공한다면, 이는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기존 제조사들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DJI의 미러리스 카메라는 '새로운 카메라'라기보다는,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제시하는 시스템'으로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종호 칼럼니스트 pigbot9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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