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수집·정체성에 불을 붙이는 셀럽 효과
40돌을 맞은 초코과자 칸쵸가 요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과자 속에 무작위로 새겨진 이름 때문이다. ‘내 이름을 찾아라’라는 이벤트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욕망을 건드렸다. 누구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과자 하나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는 ‘나를 위한 특별한 상품’을 만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름은 정체성의 가장 강력한 기호다.
그래서 단순한 초코과자가 어느 순간 ‘나를 담은 과자’로 변모한다. 그 순간 브랜드는 더 이상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 하나의 놀이가 된다. 거기에 수백 개의 이름이 섞여 있다는 점은 게임적 요소와 희소성을 더한다. 사람들은 본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찾기 위해 반복 구매를 하고, 심지어 칸쵸를 수어 개씩 쌓아놓고 확인하는 ‘칸쵸깡’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름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남겨지고, SNS에 공유된다.
“드디어 내 이름을 찾았다”는 한 장의 인증샷은 또 다른 사람들의 도전을 부르고, 알고리즘은 이를 순식간에 대중적 놀이로 증폭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스타가 등장한다.
아이유가 직접 칸쵸 속 ‘지은이’를 찾지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자, 이 이벤트는 더 이상 소규모 놀이가 아닌, 모두가 아는 화제로 자리 잡았다.
라부부(La Bouche Rouge)의 사례도 비슷하다.
블랙핑크 리사가 사용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사실 라부부는 이미 리필 가능한 패키지와 한정판 컬러, 수집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브랜드 매력을 쌓아오고 있었다.
리사는 그 불씨에 불을 붙인 점화 장치였을 뿐이다.
결국 셀럽은 유행을 ‘폭발’시키는 촉매제일 뿐, 제품 자체가 가진 힘이 없다면 아무리 유명한 얼굴을 내세워도 불은 붙지 않는다.
칸쵸와 라부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유행은 기업이 위에서 찍어내듯 기획한다고 해서 퍼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욕망을 건드리고, 정체성을 반영하며, 게임적 재미와 수집의 쾌감을 주는 제품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 그 위에 공유하고 자랑하고 싶은 본능이 얹히고, 마지막으로 스타가 불을 붙일 때, 비로소 하나의 사회적 열풍이 된다.
결국 질문은,
"당신의 제품은 소비자를 주인공으로 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비즈인사이트 칼럼니스트 yoi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