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가 증명한 디지털과 필름의 경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 '오디세이'가 2026년 개봉을 목표로 촬영을 시작하였다. 전작인 '오펜하이머'처럼 '아이맥스(IMAX) 필름'를 이용한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
필름이 사라져가는 디지털 시대에, 놀란은 왜 고집스럽게 아이맥스 필름 촬영을 고수했을까? 단순히 더 크고 선명한 화질을 얻기 위해서일까? 아이맥스 필름이 디지털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것'에 있다.
압도적 크기: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것'으로
IMAX 필름은 일반 35mm 필름보다 약 10배 이상 큰 15/70mm 규격의 필름을 사용한다. 그 결과, IMAX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은 전례 없는 수준의 디테일과 선명도를 자랑한다.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에서 구현한 핵폭발 장면은 이러한 압도적인 선명도 덕분에 단순한 시각적 충격뿐 아니라,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을 선사했다.
또한, IMAX는 일반 영화관과는 달리, 관객의 시야 전체를 채우는 거대한 스크린 비율을 사용한다. 이는 관객이 영화 속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어, 이야기의 감정적 깊이를 더욱 깊게 느끼도록 유도한다.
거친 질감: 완벽함 대신 '현실'을 선택하다
IMAX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는 단순히 크기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질감(texture)'. 디지털은 깨끗하고 완벽한 화질을 추구한다. 그러나 필름에는 특유의 미세한 입자(Grain)와 노이즈가 존재한다.
놀란 감독이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불완전함'에 있다. 필름의 질감은 영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관객에게 현실적 촉각을 전달한다. '오펜하이머'의 흑백 장면은 필름이 가진 고유의 질감 덕분에 역사적 기록처럼 느껴졌으며, 이는 디지털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미학적 선택이었다.
디지털의 한계, IMAX의 도전
IMAX 필름의 존재는 디지털 영화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대부분의 상영관은 디지털 프로젝터를 사용한다. 이는 분명 훌륭한 화질을 제공하지만, 아이맥스 필름이 가진 18K 이상의 해상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
오펜하이머의 아이맥스 필름 상영은 물리적 필름만이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영화적 경험을 증명했다. 이는 기술의 편리함에 안주한 디지털 영화 산업에 던지는 하나의 도전이자, 필름이 가진 매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선종호 칼럼니스트 pigbot98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