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선택한 한국, 아시아 AI 허브 될까
한국, AI 기술 강국을 넘어 ‘AI 인프라 수도’를 노린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한국을 ‘AI 기술 선도국’에서 나아가 ‘AI 인프라 중심 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해왔다.
AI 반도체와 초거대 모델 개발에 집중했던 초기 전략은 점차 데이터, 클라우드, 전력, 에너지,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으로 확장되었다.
2023년부터 이어진 정부 주도의 ‘AI 국가전략’은 정책, 기술, 산업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의 대규모 유입 없이는 이 거대한 생태계가 현실화되기 어려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블랙록과의 협력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 첫 방미 일정으로 블랙록 CEO 접견…이례적 행보에 담긴 신호
2025년 9월 22일,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첫 일정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접견했다.
이례적인 순서 배치는 대외 경제협력 중심의 AI 수도 전략을 향한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됐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가 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제안했고, 래리 핑크 회장은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화답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은 MOU를 체결, AI 산업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양해각서에는 수조 원 규모의 파일럿 투자,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 재생에너지 연계 인프라 투자, 5년간 공동 AI 펀드 조성 계획이 포함됐다.
블랙록은 왜 한국을 ‘AI 허브’로 선택했나?
블랙록은 전 세계 자산운용 규모 1위 기업으로, 약 12조 5천억 달러, 한화로 약 1경 7천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보수적인 글로벌 자본이 한국의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정치·경제 안정성에 대한 신뢰다. 래리 핑크 회장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대한민국 증시가 취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리더십에 신뢰를 보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둘째, 정책 주도형 AI 인프라 구축 가능성이다. 한국은 AI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 인프라, 전력망 등 AI의 하드웨어적 토대를 정부 주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드문 국가다.
셋째, 아시아 시장 진출의 전략 거점이라는 지리적·정책적 이점이다.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과 인프라 효율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수십조 원 펀드 조성 예고…국내 기업도 참여 가능
이번 협력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외자 유치가 아닌,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향후 수조 원 규모의 파일럿 투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참여 가능한 AI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는 단순히 AI 기업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건설, 재생에너지 인프라, 전력 운영, 반도체 및 서버 제조 등 관련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의 테크 기업들에게 글로벌 자본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AI와 에너지의 융합,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AI와 에너지 산업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발생시키며, 재생에너지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운영이 불가능하다.
블랙록은 이 구조를 ESG 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해 AI 수도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산업이 아닌, 전력, 에너지, 금융까지 엮인 국가 단위 플랫폼 산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AI 수도 한국’ 선언, 이번에는 실현될까?
지난 수년간 한국 정부는 여러 차례 ‘AI 강국’, ‘데이터 경제’ 등의 비전을 제시해왔지만, 현실화에는 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글로벌 자본과 공식 협약이 체결됐고, 단기적 시범 투자부터 장기적 펀드 설계까지 실행 계획이 명확히 구체화되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향후 수일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실질 투자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기존의 선언 중심 AI 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한국, 글로벌 AI 경쟁의 ‘지도 위 플레이어’로 부상
이재명 대통령과 블랙록의 회동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이 글로벌 AI 인프라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로 뛰어들었다는 상징적 선언이자, 자본·정책·기술을 통합한 전략적 실천의 시작이다.
‘AI 수도 대한민국’이 단지 구호에 그칠지, 아니면 실질적인 산업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할지는 이제 실행에 달려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자본과 기술의 흐름이 겹치는 바로 그 교차점에 서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