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강국 한국, 피지컬 AI로 글로벌 AI 패권 도전
피지컬 AI, ‘틈새 아닌 정공법’으로
“미국은 AI는 잘하지만 제조가 약하다. 반면 한국은 제조에서 강하다. 바로 이 ‘틈’이 한국의 기회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열린 취임 5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AI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피지컬 AI’였다. GPT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챗봇의 한계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물리적 장치에 AI를 통합하는 기술 영역. 이른바 ‘AI+제조’ 융합의 끝판왕이다.
배 장관은 이 피지컬 AI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맞먹는 AI 3대 강국(G3) 반열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한 3위는 의미 없다”며, “2030년까지 美와 기술 격차를 0.5년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언급했다.
“K-알파폴드도 가능”…AI 과학자 시대 연다
이번 브리핑에서는 피지컬 AI 외에도 ‘AI 과학자’ 전략이 공개됐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신약 개발을 혁신한 ‘알파폴드’처럼, 연구소장급 AI 에이전트를 통해 노벨상급 과학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다.
배 장관은 “이제 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이며, 함께 연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특히 알츠하이머 연구 등 난제 해결에 AI를 투입해 글로벌 과학계의 인정을 받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국산 AI 파운데이션 모델, 올해 10위권 진입”
그는 국산 대형언어모델(LLM)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연내 세계 10위권 모델을 개발하고, 미국 Meta의 ‘LLaMA’, 중국의 ‘Qwen’을 대신할 ‘모두의 AI’를 오픈소스로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GPU 확보 수량도 기존 5만 장에서 2030년 20만 장으로 대폭 확대하고, 추론용 NPU 중심의 ‘K-엔비디아’ 육성 로드맵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AI 인프라, 산업계에 맞춰 속도 조절…“규제보다 진흥”
AI 기본법 역시 산업 친화적으로 접근한다. 과태료 부과 등 규제 조항은 최소 1년 이상 유예하고, 상황에 따라 연장해 AI 산업 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인프라”라며, GPU 클러스터를 포함한 AI 연구·개발 환경 전반을 국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도메인 전문가와 AI 연구자가 협업해 고급 데이터셋을 만들고, ‘AI 전환 대학원(AX대학원)’도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과학기술, AI로 다시 혁신”…35조 예산 실탄 장전
과학기술 R&D 분야에서도 AI가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는 내년 35조 원 규모의 국가 R&D 예산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해,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전략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기존 기획재정부 주도의 예산 편성 체계를 비판하며, **“과기정통부 부총리 격상으로 충분한 검토 시간을 확보하고, 전문가 주도의 예산 심의 체계를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공계 인재 유출 막는다…“평생연금형 지원도 검토 중”
이공계 인재 양성 및 처우 개선에도 힘을 싣는다. 그는 “5년 안에 ‘한국이 연구하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이공계 평생연금’ 등의 제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과학기술 분야의 지속 가능한 인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AI 해킹 대응도 강화…“차관급 TF 가동”
AI 시대 보안 리스크 대응도 강화된다. 최근 SKT와 KT의 해킹 사고에 대응해 차관급 정보보호 대응 TF를 구성, 해킹 신고 체계 개선과 법제화 논의에 착수했다. 배 장관은 “AI 발전만큼 해킹 기술도 진화 중이며, AI 대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도구 아닌 동반자”…대한민국, AI 패권의 한 축으로
이번 간담회에서 배 장관은 “과학기술과 AI를 주도하는 선도 부처”로서 ‘과학기술·인공지능 장관회의’의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복 제거와 플랫폼화, 실질적 AX 성공 사례 조율”을 통해 AI 거버넌스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G3 반열에 오르기 위한 ‘피지컬 AI-인프라-AI 과학자-인재 시스템’의 종합 로드맵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셈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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