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맞춤형 ‘특화 AI’ 본격화…10개월간 2단계 개발 체제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기존의 범용 AI가 아닌, 의료·법률·제조 등 특정 산업 도메인에 최적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9월 15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2개 컨소시엄 선발을 위한 공모 절차와 조건을 공개했다.
총 사업 기간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약 10개월이며, 중간 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팀은 2단계 진입이 제한될 수 있다.
핵심은 ‘GPU 512장’…데이터는 직접 확보해야
정부는 선정된 2개 팀에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B200 256장씩, 총 512장을 제공한다. 하지만 데이터와 인력, 인프라 등은 전혀 지원하지 않으며, 모든 개발 자원은 참여 기업이 자체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공모의 핵심 조건이다.
NIPA는 GPU 1장의 월 가치를 약 660만원으로 산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민간 부담금 편성을 의무화했다.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할 경우 ▲대기업 10% ▲중견기업 6% ▲중소기업 5%의 부담률이 적용되며, 미공개 시 더 높은 비율이 적용된다. 이 중 일부는 반드시 현금으로 편성해야 한다.
“파인튜닝은 안 돼…프롬스크래치 또는 대규모 사전학습만 허용”
이번 사업은 단순 서비스 개발이 아닌, ‘AI 모델 자체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외부 모델을 일부 조정하는 파인튜닝 방식은 허용되지 않으며, 모델 아키텍처를 새로 설계하거나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한 사전학습 방식만 지원 대상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과장은 “이번 사업은 특정 분야에서 AI 환각 오류(Hallucination)를 최소화하는 고신뢰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단백질 구조 예측 ‘알파폴드’, 법률·금융 특화 모델처럼 분야별 세계 1등 모델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소기업+대학’ 중심 생태계 구축…대기업은 조연으로
기존 독자 AI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 특화 AI 사업은 대기업 중심의 개발 구조를 배제하고 강소기업·스타트업·대학 중심의 협력 모델을 유도한다.
네이버·SKT·LG AI연구원·NC AI·업스테이지 등 기존 독자 AI 주관사 5곳은 이번 공모에서 주관기관으로 참여할 수 없다.
특히 대학 참여는 의무 조건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대규모 GPU 자원을 직접 다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계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학계의 연구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공모 절차는? 10월 13일까지 신청…성과 중심 ‘서바이벌 구조’
공모는 2025년 10월 13일 오후 3시 마감된다. 지원 팀이 8개 이상일 경우, 서면 및 발표 평가를 통해 2개 팀을 최종 선정한다. 심사 기준은 ▲시장성·파급효과(40점) ▲개발목표(30점) ▲기술력·개발 경험(30점)이다.
과기정통부는 7인 내외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5분 이내의 영상 시연을 통한 발표 평가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공모가 단순 경쟁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AI 기술패권 경쟁, 산업 현장서 실효성으로 돌파”
정부는 이번 특화 AI 모델 공모를 통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범용 모델 경쟁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쓰일 수 있는 성능 중심의 프로젝트로, 단기 성과와 실효성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한 것이다.
이번 사업에는 기존 독자 AI 공모에서 탈락한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루닛 등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SDS, 야놀자, 하나금융지주 등 산업계 전반이 관심을 나타냈다. 이처럼 다양한 업종이 참여 의사를 보이면서, 향후 AI 산업 지형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