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350억 원 규모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공모 중이다. 지난해 ‘국가대표 AI’ 타이틀을 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이다.
하지만 이번엔 열기가 다르다. GPU 256장을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참여 유인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반응이 잇따른다.
범용에서 ‘특화’로…이번엔 산업별 정밀 AI
앞선 ‘독자 AI 모델’이 메타의 라마(LLaMA)처럼 범용성과 확장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특화 모델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처럼 특정 산업 내 정확도·전문성·보안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금융·제조·법률 등 산업별 특화 AI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선정된 두 팀은 오는 11월 1일부터 약 10개월간 과제를 수행하며, 엔비디아 B200 GPU 256장(32노드)을 제공받는다. 1단계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로 5개월간 GPU를 더 지원받을 수 있다.
“GPU만으론 부족하다” 업계의 현실적 고민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이전 사업에서 제공됐던 학습 데이터와 인력 지원이 제외된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정부는 “기업이 가진 데이터·전문 인력이 평가의 핵심”이라며 “후속 데이터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결국 자력으로 모든 걸 해야 하는 셈”이라며 부담을 토로한다.
민간부담금이 ‘숨은 진입장벽’
GPU 1장당 월 660만 원으로 산정된 단가도 논란이다.
상업용 오픈소스로 공개할 경우 대기업은 10%, 중견은 6%, 중소는 5%만 부담하면 되지만, 비공개나 연구용 모델은 최대 50%까지 자부담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현금 납부 의무(대기업 15%, 중견 13%, 중소 10%)까지 더해져 “GPU를 받아도 총비용은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 자격도 좁아졌다…‘국가대표 5사’는 제외
이번 공모에서는 기존 ‘국가대표 AI’ 주관사였던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네이버, SK텔레콤, NC AI가 참여할 수 없다. 이들 컨소시엄에 속한 참여사는 가능하지만, 대기업·해외 기업은 주관사 자격이 없어 협력사 역할로만 참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규 기업 중심의 재편이 이뤄지지만, 이 또한 “진입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누가 남을까…조용한 경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사업설명회에는 KT, 카카오, 루닛,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코난테크놀로지 등 이전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BC카드, 롯데손보,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권과 CJ대한통운, 야놀자, 딥노이드, 베슬AI 등 산업 특화 AI를 추진 중인 기업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처럼 ‘컨소시엄 경쟁’이나 ‘홍보전’이 벌어지는 모습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GPU 지원만으로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며 “수요처 연계나 후속 사업 로드맵이 더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