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아이돌을 복제해 100개국 동시 공연을 연다?
‘엔드리스 IP’로 무장한 무한 확장의 엔터테인먼트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캡처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캡처

지드래곤, 왜 CES와 카이스트 무대에 섰나

한류 스타 지드래곤이 CES 전시장과 카이스트 강단에 선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던졌다. “아이돌이 왜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에?”라는 질문 말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엔터 산업의 흐름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바로 ‘엔터테크 3.0’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는 음악·영화·게임에 테크를 더하며 발전해왔다. 2000년대 초반 ‘엔터테크 1.0’은 음원 다운로드와 온라인 게임의 부상으로 대중의 소비 습관을 바꿨다. 이어 ‘엔터테크 2.0’은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중심 생태계로 이동하며 글로벌 확산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플랫폼 독식과 IP(지적재산권)의 유한성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지금 지드래곤이 CES에서 ‘테크 스타’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3.0 시대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엔드리스 IP’, 무한히 복제되는 새로운 자산

갤럭시코퍼레이션은 25일 서울 성수동 ‘스타트업콘 2025’에서 엔터테크 3.0의 핵심 키워드로 ‘엔드리스 IP(Endless IP)’를 내세웠다.

갤럭시코퍼레이션 로고
갤럭시코퍼레이션 로고

조성해 갤럭시코퍼레이션 이사는 “기존 IP가 수명이 정해져 있었다면, 이제는 AI 기술을 통해 영원히 존속 가능한 IP가 탄생한다.”고  단언했다.

과거에도 가상 기술은 있었다. 고(故) 김자옥을 아바타로 구현한 사례, 그리고 스웨덴 팝 그룹 ABBA가 70대가 된 현실 대신 젊은 시절의 아바타로 공연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특수한 이벤트’에 머물렀다.

엔터테크 3.0은 다르다. 이제 AI가 아티스트의 목소리, 표정, 움직임을 학습해 동시다발적인 공연과 실시간 소통을 가능케 한다. 팬은 “내 생일이니 축하해 달라”는 요청을 보내고, AI 아이돌은 즉시 반응한다. 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무한히 확장 가능한 팬 경험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점이다.

100개국 동시 공연, 현실이 되는 상상

‘한류 아이돌의 글로벌 투어’라는 말이 곧 ‘전 세계 동시 공연’으로 바뀌는 날이 머지않았다. AI 아바타를 통해 한국에서의 콘서트와 동시에 100개국 스타디움에서 똑같은 무대를 여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버추얼 아이돌 오디션이 활발히 열리고 있다. 현실과 가상 무대를 넘나드는 IP 경쟁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있다. 조 이사는 “로봇과 지드래곤이 함께 무대에 선 것도 이런 실험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엔터테크 3.0, 누가 주도할 것인가

역사를 돌아보면, 엔터테크의 주도권을 쥔 기업들이 결국 글로벌 판도를 바꿨다. CD에서 MP3로, MP3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과 기술을 동시에 쥔 곳이었다.

이제 3.0 시대의 열쇠는 AI다. IP의 무한 복제, 글로벌 동시 확산, 실시간 소통이라는 세 가지 축을 누가 먼저 실현하느냐가 승부처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자신들이 그 ‘개척자’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그리고 국내외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엔터테크 3.0의 주도권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영화 같은 세상, 현실로 만든다”

“엔터테크는 현실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영화 같은 세상을 현실로 만든다.”

조성해 이사의 이 발언은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흐름의 선언에 가깝다.

지드래곤이 CES 무대에서, 카이스트에서, 그리고 글로벌 무대에서 AI와 함께 서는 순간마다, 우리는 ‘엔터테크 3.0’이라는 새로운 서막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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