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이제는 ‘칩+인프라’ 싸움
인공지능(AI) 시장 확산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하드웨어 기술력 강화를 통해 차세대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경쟁을 넘어, 데이터센터 칩 냉각·네트워킹·메모리 등 핵심 하드웨어 영역까지 직접 손을 대며 ‘수직 통합’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효율성 확보를 넘어 AI 워크로드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장기 전략으로 해석한다.
‘마이크로플루이딕스’로 AI 칩 냉각 혁신
MS가 선보인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 미세유체기술) 은 GPU와 서버 칩 냉각 효율을 기존 대비 3배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칩 표면에 미세 채널을 새겨 냉각액을 직접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냉각판 대비 실리콘 온도를 최대 65% 낮출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전력 절감 효과를 넘어, 칩 적층(3D 스태킹)을 가능하게 해 차세대 AI 칩 성능을 끌어올릴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MS는 이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서버 간격을 줄이고, 오버클러킹(일시적 성능 극대화)까지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기존 냉각 장비 업체인 버티브, 슈나이더 일렉트릭, 존슨 컨트롤즈 등이 타격을 입은 반면, 특수 냉각액·칩 내 유체 솔루션 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전망이다.
네트워킹 차세대 카드 ‘HCF’
냉각과 함께 MS가 집중하는 또 다른 축은 네트워킹이다. 공동광섬유(HCF·Hollow Core Fiber) 를 도입해 기존 유리 기반 광섬유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를 약 47% 높이고, 비용 절감과 보안 강화 효과까지 확보하려는 것이다.
MS는 이미 2022년 루메니시티(Lumenisity)를 인수하며 HCF 기술 내재화에 나섰고, 현재는 코닝·헤라우스 코반틱스 등과 협력해 소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AI 트래픽 폭증에 대비한 핵심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 ‘직접 개발’ 가능성
MS의 하드웨어 행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 가능성이다. 현재 AI 연산의 병목을 좌우하는 HBM(High-Bandwidth Memory)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MS가 직접 개발이나 공동개발에 나설 경우 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라니 보카르 MS 부사장은 “HBM은 사실상 AI 칩의 모든 것”이라며 메모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NVIDIA·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던 HBM 생태계에 MS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직 통합’으로 AI 주도권 강화
업계 전문가들은 MS의 일련의 행보를 단순한 데이터센터 최적화를 넘어선 AI 하드웨어 전방위 전략으로 본다. 냉각·네트워킹·메모리까지 직접 개입함으로써, AI 칩 성능과 인프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칩부터 클라우드까지’의 수직 통합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는 곧 MS가 NVIDIA와 같은 칩 제조사, AWS와 같은 클라우드 기업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경쟁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