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365 코파일럿에 앤스로픽 ‘클로드’ 탑재…생성형 AI 파트너 다변화 신호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전략에서 중대한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MS는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MS 365’의 코파일럿(Copilot) 어시스턴트에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Anthropic)의 AI 모델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기능 확장이 아니다. MS가 오픈AI 단독 파트너에서 벗어나, AI 기술 생태계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MS의 이 같은 행보는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술적 다양성과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MS 365 리서치 도우미에 '클로드 오푸스 4.1' 적용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 ‘클로드 오푸스 4.1(Claude Opus 4.1)’은 MS 365 코파일럿의 리서치 도우미(Researcher) 기능에 우선 적용된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AI가 능동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MS는 또 조기 AI 기능 접근 프로그램인 '프론티어(Frontier)'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오픈AI 외에도 앤스로픽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작업을 분해해 처리하는 클로드의 특성이 업무 자동화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코파일럿 스튜디오로 AI 에이전트 직접 구축도 가능
기업 고객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설계·배포할 수 있는 코파일럿 스튜디오(Copilot Studio)에도 ‘클로드 소네트 4’와 ‘클로드 오푸스 4.1’ 모델이 추가됐다. 이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의사결정 지원과 문서 작업 자동화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찰스 라만나 MS 비즈니스 및 산업 코파일럿 부문 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앤스로픽의 AI 모델은 앞으로 MS 365 코파일럿에 더욱 강력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130억 달러’ 오픈AI 투자…그러나 독점은 끝났다
MS는 그동안 오픈AI의 최대 후원자이자 유통 파트너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실제로 MS는 130억 달러 이상을 오픈AI에 투자했으며,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에서 자사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조짐은 달라졌다. MS는 개발자용 AI 툴인 ‘깃허브 코파일럿 챗(GitHub Copilot Chat)’에 앤스로픽과 구글의 AI 모델을 병행 적용하며 서서히 AI 파트너 다변화 신호를 보냈다. 이번 MS 365 코파일럿의 클로드 도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생성형 AI 시장, 초대형 다자전쟁 국면 진입
생성형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단일 주자 독주’에서 ‘다자 간 대전’으로 급변하고 있다. 오픈AI는 그동안 MS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지만, 최근에는 오라클, 브로드컴,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과 잇따라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며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라클과의 3,000억 달러 규모 협력 계획이다. AI 학습용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관련한 초대형 파트너십으로, 오픈AI의 모델 운영 역량 확대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브로드컴과 100억 달러 계약, 소프트뱅크로부터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계획, 엔비디아의 최대 1,000억 달러 투자 예고 등, 전례 없는 자본과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MS 역시 단일 파트너 체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오픈AI 이외에도 앤스로픽, 구글 등 다양한 AI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멀티모델 전략’에 돌입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생성형 AI 생태계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의 전면전이라 볼 수 있다.
MS의 ‘AI 양다리’ 전략, 왜 중요한가?
MS가 오픈AI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낮추고 앤스로픽 모델을 도입한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판단이 자리한다.
첫 번째는 기술 다양성 확보다. 특정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기술적 문제나 윤리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안이 없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앤스로픽 모델의 도입은 이러한 단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두 번째는 AI 성능의 유연한 선택이다. 생성형 AI의 활용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업무 맥락에 따라 보다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클로드는 복잡한 문서 요약과 논리적 추론에 강점을 보이는 모델로, 기존 GPT 계열과는 차별화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생성형 AI 시장 내 경쟁사 대비 우위 확보다. 구글은 자사 AI 모델 '제미니'를 통해 생산성 도구 시장에 진출했고, 아마존은 자체 AI 솔루션과 앤스로픽 투자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메타 또한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을 무기로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MS가 ‘AI 다자 전략’을 통해 여러 모델을 통합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생성형 AI의 미래, 더 이상 한 길만 존재하지 않는다
MS와 오픈AI의 관계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단일 모델 중심의 생성형 AI는 이제 다수의 고성능 모델이 경쟁하는 ‘멀티모델 생태계’로 진입했다. 이번 앤스로픽 클로드의 MS 365 탑재는 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제 사용자와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AI 파트너를 고르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MS는 그 선택지의 폭을 넓히는 주도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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