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부정행위 확산에 교수·학생 모두 혼란… 대응 가이드라인 부재로 논란 커져

명문 사학 연세대학교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나며 대학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AI를 활용한 과제 작성과 시험 대비가 이미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고등교육 현장을 뒤흔드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AI에게 과제, 시험, 학습을 도움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생들은 AI에게 과제, 시험, 학습을 도움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없이는 과제도, 시험도 불가능해요”

AI를 활용해 자료를 조사하고 과제를 작성하는 것은 이제 대학생들 사이에서 ‘뉴 노멀’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요약부터 발표 자료 제작까지 챗GPT 등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과제를 끝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연합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대학교 4학년 이수정(24)씨는 “강의 자료와 녹음 파일을 챗GPT에 학습시켜 복습과 예습을 병행한다”며 “AI가 문제를 내주고 답안을 제시해 주니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 황선우(24)씨 역시 “자료 조사와 과제 작성에 AI를 다양하게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시험이나 과제에 AI를 활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주변에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판독기 무용지물… ‘AI 표절’ 잡기 난항

일부 교수들은 AI 표절을 막기 위해 판독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이를 회피하는 방법 역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단어를 바꾸거나 띄어쓰기를 일부러 틀리는 식으로 판독을 피하는 것이다.

문제는 AI 판독기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무고한 학생이 표절범으로 몰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 없는 캠퍼스, 교수도 혼란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대학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 131곳 중 77.1%(101곳)가 아직 생성형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대학과 교수 개인이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졸업한 김선경(25)씨는 “코딩 수업에서 교수님이 ‘AI 작업 구간을 표시하라’고 했지만, 사실상 대부분 학생이 AI 도움을 받았으나 혼자서 작업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I 의존, 사고력 약화 부를 수 있어”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사고력과 표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형빈 가톨릭관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조금만 어려운 과제를 받아도 AI를 찾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서툴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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