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안 활용 급증 속, 기업과 대학이 밝힌 진짜 합격 기준

대학과 기업에서 AI 기반 자기소개서(자소서)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기업들은 AI 작성 여부보다 지원자가 본인의 경험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취업 전선에서는 AI 자소서 판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취업 전선에서는 AI 자소서 판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Pixabay

대학가, “AI 초안은 기본”… AI 활용 교육 확대

서울 소재 대학 취업상담실에서 졸업 예정인 A씨는 AI 도움으로 작성한 자소서를 보여주며 상담사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상담사는 "요즘 학생 10명 중 8명이 AI 도움으로 자소서를 시작한다"고 답했다.

채용 플랫폼 ‘캐치’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구직자 2천명 중 91%가 AI 활용 경험을 갖고 있었다.

대학 취업센터들은 AI 초안 활용을 인정하면서, 학생들이 본인 경험에 맞춰 내용을 재구성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서일대, 선문대, 동아대, 부산대 등 여러 대학은 AI 자소서 입문 프로그램, 맞춤형 첨삭, 모의 면접 등을 통해 AI 활용 역량과 경험 기반 설명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AI 탐지 기술 확대… 문장·패턴 분석 중심

기업들은 AI 자소서 탐지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표절 검사 서비스인 ‘카피킬러’는 문장 구조, 길이, 확률 분포, 패턴 등 자연어 처리 기술로 AI 생성 가능성을 수치화한다.

카피킬러를 운영하는 ‘무하유’에 따르면, 10~11월 AI 판별 검사량은 64만7천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배 증가했다.

LG전자, 롯데, KB국민은행 등 대기업과 일부 공공기관은 AI 탐지 서비스인 카피킬러를 채용 서류 단계에 공식 도입했다.

탐지 정확도는 최대 98%지만, 지원자가 AI 초안을 적극 수정하면 판별이 어려워진다.

설명력이 핵심… AI 여부보다 본인 이해 중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설명력’이다.

AI로 작성된 문장이라도 지원자가 완전히 이해하고 면접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글을 썼는지 여부보다,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을 육하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최종 합격을 좌우한다.

AI가 써 준 초안을 활용하되, 자신만의 경험과 문장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사진=Pixabay
AI가 써 준 초안을 활용하되, 자신만의 경험과 문장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사진=Pixabay

공정성·투명성 기준 마련 필요성

현재 AI 자소서를 금지하는 법적 규정은 없다.

하지만 대학과 HR(인사관리) 전문가들은 AI 사용에 따른 경험 왜곡과 정보 격차 문제를 지적한다.

유료 AI 툴이나 프롬프트 작성법에 따른 결과물 차이가 불공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학들은 “AI가 제시한 문장을 그대로 제출하면 면접에서 설명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면접에서 드러나는 AI 자소서 패턴 5가지

취업 전문가들이 확인한 AI 자소서의 전형적 패턴은 다음과 같다.

①특정 프로젝트에서 본인 역할을 묻는 질문에 짧게 “자소서 그대로”만 반복

②문제 정의·해결 과정 서술은 가능하지만 구체적 상황 설명 부족

③여러 지원자 간 표현 패턴 유사

④경험(졸업예정자)과 결과(고차원 직무 해결)의 불일치가 명확

⑤직무 관련 실제 경험 질문에 답변 멈춤

이러한 패턴은 면접에서 쉽게 드러나며, 대학 취업센터가 강조하는 AI 자소서 특징이다.

‘경험 설명력’과 공정성, AI 채용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

전문가들은 “AI로 초안을 쓰는 건 허용되지만, 자신만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취업준비생에게는 경험 설명력이, 기업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기준이 AI 채용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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