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맞지 않는 1995년식 평가체계 비판… 영국 권위자 “비판적 사고·창의력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국내 대학에서 AI 커닝 논란이 확산한 가운데, AI 교육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로즈 러킨 영국 UCL 명예교수가 “이번 사태는 학생의 일탈이 아니라 시대에 뒤처진 대학 평가 방식이 드러낸 구조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러킨 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건의 배경, 문제점, 해결 방향을 상세히 짚으며 대학 주도의 평가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학이 치르는 시험에는 지식 암기, 공식 풀이 등 AI가 더 잘 푸는 폐쇄형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커닝하는 학생이 아니라 이는 구조적 실패라고, 러킨 교수는 지적한다. 사진=Pixabay
현재 대학이 치르는 시험에는 지식 암기, 공식 풀이 등 AI가 더 잘 푸는 폐쇄형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커닝하는 학생이 아니라 이는 구조적 실패라고, 러킨 교수는 지적한다. 사진=Pixabay

AI 커닝 논란은 ‘학생 문제’ 아닌 ‘평가 시스템의 오작동’이라고 진단했다

러킨 교수는 연세대에서 벌어진 AI 커닝 논란을 두고 “대학이 만든 평가 체계 자체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30년 넘게 교육·AI 융합을 연구해온 그는 “AI 능력과 디지털 환경에 대한 근본적 오해가 평가 설계에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대면 시험에서 학생들에게 화면·손 촬영 영상을 제출하게 한 방식을 예로 들며 “학생 책상 위에 답안지를 올려놓고 커닝을 유혹하는 환경을 조성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AI가 더 잘하는 문제를 인간에게 묻는 1995년식 시험”

러킨 교수는 현재 대학들이 ‘AI 리터러시 교육 부족·시대착오적 평가 설계·AI 가이드라인 부재’라는 3중 문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영역을 시험 문제로 내는 방식은 1995년식 평가”라며 “여전히 지식 암기나 공식 풀이 능력을 따지는 폐쇄형 시험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AI가 모방하기 어려운 비판적 사고, 창의적 종합력, 메타인지, 협업적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시대에 맞는 교육이 된다”고 강조했다.

“막지 말고 가르쳐야 한다… AI 시대 대학의 ‘책무’”

러킨 교수는 AI 사용을 단순 금지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학생들은 금지하든 말든 AI를 쓸 것”이라며 “안전한 인터넷 사용을 가르치는 것처럼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AI는 인간 교사가 대부분 거절할 비윤리적 요구도 수행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이 차이를 이해시키고, 인지적 자율성과 윤리적 판단 능력을 유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킨 교수는 마지막으로 “AI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며 “대학이 변화의 주도권을 잡을지, 아니면 통제하지 못하는 흐름에 끌려갈지가 지금 결정된다. 기회의 창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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