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넘어 초등교실까지 번진 AI 의존… 기초학습 약화 지적

초등학생들이 숙제, 토론, 연설문 작성 등 다양한 학습 활동에 인공지능(AI)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사고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공교육 차원의 AI 활용 기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Pixabay
초등학생들 사이에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Pixabay

초등학교까지 스며든 AI 의존 현상

국내 대학가의 AI 커닝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등학교에서도 AI 사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을 가르친 기간제 교사 김모(25) 씨는 “고학년 학생들은 자료 조사를 시키면 먼저 AI에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AI로 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자랑이 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노키즈존’ 찬반 토론 수업 사례를 들어, 학생들이 챗GPT에서 가져온 “업주의 재산권, 영업의 자유, 공간의 공공성” 등 고난도 근거를 그대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자신들의 문제임에도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잃고 있다”며 AI가 사고력·표현력 훈련을 대체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글씨를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초등 시기에는 AI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교육보다 기초학력 회복이 우선”

같은 지역 초등교사 박모(28) 씨도 “5~6학년은 이미 학교에서 AI 활용법을 배운다”며 “사진을 찍어 수학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은 너무 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AI·디지털 관련 수업 비중은 늘었지만 무너진 기초학습 능력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며 “읽기와 산수가 기반이 된 뒤에야 AI 교육이 공교육 취지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일상까지 침투한 AI 사용

연합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학업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은 친구들과 의견이 갈릴 때 챗GPT를 ‘판정자’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기 초 회장 선거 연설문을 AI로 작성한 친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6학년 학생은 “자료 조사가 귀찮아서 AI에 맡긴 적이 있다”며 “학교 행사 사회 멘트를 챗GPT에 맡긴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AI 활용 기준, 공교육이 명확히 해야”

학부모들은 AI 시대 적응을 위해 조기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생각하는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6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는 “새로운 변화라 걱정되지만, AI를 쓰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의 어머니는 “딸이 역사 인물 보고서를 할 때 챗GPT를 쓰게 했다”며 “AI 시대에는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의 AI 오남용을 막기 위해 공교육 차원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는 “숙제나 수행평가를 AI 답안으로 대체하면 생각의 여지를 주려는 교육 목적과 어긋난다”며 “AI 오남용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습을 AI에 외주화하면 두뇌를 사용하려 하지 않게 된다”며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학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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