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험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 AI 의존도 높아지는데 대학가 대응 ‘제자리’

연세대학교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 의혹이 불거지며 학내에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해 비대면 시험을 치른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학 교육 현장 전반에 ‘AI 윤리’ 논의가 불붙고 있다.

대학생들의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생들의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00명 듣는 AI 수업, “자수 안 하면 정학” 경고

연세대 신촌캠퍼스 3학년 대상 강의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를 담당하는 교수는 최근 “다수의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며 “자수하는 학생은 중간고사 0점 처리,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에 따라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강의는 약 600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과목으로, 중간고사는 지난달 15일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시험 중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하거나,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방식 등으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 촬영 의무도 무력화… 사각지대 노린 ‘교묘한 커닝’

시험은 온라인 객관식 형태로 진행됐고, 응시자는 시험 내내 손과 얼굴, 컴퓨터 화면이 보이도록 촬영해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고, 시험 문제를 캡처하거나, 화면 창을 계속 바꾸는 등의 정황이 포착됐다.

교수와 조교들은 영상을 전수 조사해 의심 사례를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학생 절반 이상이 커닝?… AI 활용 정황 다수

정확한 부정행위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강생 사이에서는 “절반 이상이 커닝했다”는 말이 나왔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한 투표 게시물에서 스스로 비수강생이라고 밝힌 응답자들을 제외한 387명 중 ‘커닝했다’는 응답이 211명, ‘직접 풀었다’는 응답이 176명이었다.

한 수강생은 “시험 때 대부분 챗GPT를 사용한다”며 “나만 안 쓰면 학점이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지난 학기에도 많은 친구들이 AI로 검색하며 시험을 봤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현재까지 40명이 자수했고, 부정이 의심되는 10명은 자수하지 않았다”며 “자수하지 않은 학생의 행위가 확인되면 징계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AI는 일상화됐지만… 대학의 윤리·가이드라인 ‘공백’

AI의 대중화 이후 대학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제도적 대응은 뒤처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6년제 대학생 726명 중 91.7%가 과제나 자료 검색에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 결과, 전국 대학 131곳 중 71.1%는 아직 생성형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AI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단순 학습 보조를 넘어 시험·과제의 핵심 도구가 됐지만, 대학의 대응 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인 셈이다.

“AI는 오토바이, 학생은 걷는 법부터 배워야”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AI 의존이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기인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걷는 법을 배워야 할 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상황”이라며 “AI 의존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평가·교육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AI 결과물뿐 아니라 개인 의견을 함께 작성하게 해야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장은 “대면 발표나 심층 토론 같은 새로운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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