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ersive+ 에디터와 P.eye의 첫 만남은 2024년 12월 초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당시 ‘미라지(MIRAGE)’라는 XR 전시를 선보인 P.eye 팀은 전시명을 왜 ‘미라지’로 정했는지, 그리고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를 짧지만 강렬하게 설명했죠. 에디터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팀은 반드시 인터뷰로 깊게 다뤄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확신했습니다.
직접 만나본 P.eye는 말 그대로 융복합 인재들이 모여 있는 작은 연구실 같았습니다.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한 목표를 향해 조화롭게 움직이는 모습은 각기 다른 악기가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예술과 기술이 맞물린 XR 전시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낯선 분야를 스터디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해 대중 앞에 선보이기까지의 과정도 놀라웠습니다.
대학생 연합 XR 동아리 P.eye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Q. P.eye 동아리 소개 부탁드립니다
P.eye는 2023년 한양대학교에서 시작된 연합 동아리입니다. 사회적 이슈를 대학생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이를 콘텐츠로 풀어보자는 취지로 출범했습니다. 동아리명은 ‘For your eyes only(오직 당신만 보라)’에서 착안했고, 이니셜 P는 Private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가 준비한 콘텐츠를 오직 당신에게만 보여주겠다”는 뜻입니다.
출범 당시에는 대학생 주거 문제를 다룬 기획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관객들이 한 통의 편지를 읽듯 전시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한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이후 XR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오프라인 전시뿐 아니라 몰입형 XR 콘텐츠까지 선보이는 동아리로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P.eye 3기는 총괄 팀장 강병준(광운대 로봇학부 19)을 중심으로 네 개 파트가 운영됩니다.
먼저 ▲전시기획팀장 강혜린(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2학번) ▲개발 팀장 이준희(연세대학교 IT융합공학 석사과정 25학번) ▲디자인 팀장 서유빈(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학부 21학번) ▲마케팅 팀장 권수현(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2학번)로 구성됐습니다.
Q. 개발팀이 있다는게 흥미롭네요.
P.eye 1기에는 개발팀이 따로 없었습니다. 당시 여러 기업의 도움을 받아 VR 장비와 공간을 지원받았는데, 대학생이 XR 기반 전시를 시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2기부터 XR 전시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면서 콘텐츠 제작, 웹사이트 구축, 인터랙션 요소 설계 등 개발팀의 역할이 필수적인 구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동아리는 팀 분화와 역할 체계를 더욱 명확하게 갖추게 되었습니다.
Q. 각 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이준희입니다. 저희 전시 콘텐츠가 기본적으로 XR을 다루고 있고 그중에서도 VR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다 보니 이를 위한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VR 콘텐츠를 활용하는 목적은 관람객이 전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전해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는 웹 개발 및 서버 구축 등의 작업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디자인팀장 서유빈입니다. 디자인 팀은 전시 주제가 확정되고 키 메시지가 도출되면 이것을 브랜딩 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8월 저희가 텀블벅을 통해 선보인 미라지(MIRAGE) 프로젝트는 전시와 함께 여러 가지 굿즈도 기획하고 판매했었는데요. 전시 디자인 컨셉, 굿즈 디자인을 비롯해 SNS 채널도 함께 브랜딩 하면서 P.eye.의 비쥬얼 아이덴티티를 책임지고 있어요.
▲전시기획팀 강혜린입니다. 저희 동아리가 사회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각 팀장들과 함께 논의하는데요, 합의한 주제를 전시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기획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돼요. 지난해 미라지 전시를 토대로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저희가 주제로 정한 '정보의 홍수, 혼란의 사회'의 메인 테마를 카지노, 조커로 정했는데요.
카지노와 조커를 미라지 전시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기획하는 것이 저희의 주된 임무였죠. 또 XR 전시인 만큼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기획 단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후 별도의 3D 디자인까지 맡아서 모델링을 하고 유니티(Unity)와 같은 3D 소프트웨어로 후처리 과정을 거친 후 개발팀에 넘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마케팅 팀장 권수현이에요. 저희 동아리가 단순히 활동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상업 전시를 진행하다 보니 관람객들께 저희 프로젝트를 홍보하면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되죠. 그래서 저희의 활동을 SNS 채널 등을 통해 알리며 이벤트도 열고 동시에 수익화 방안도 고민하면서 동아리 재정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지난 미라지 전시에서 '텀블벅' 플랫폼을 활용한 것도 저희 팀의 아이디어였어요.
▲마지막으로 동아리 운영 총괄을 맡은 강병준입니다. 저는 우리 동아리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더 참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팀장들이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텐데 의견을 조율하면서 목표한 곳으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선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미라지(MIRAGE) 프로젝트가 많이 언급됐는데, 소개 부탁드릴게요
미라지는 "우리는 정말 스스로 정보를 선택해 소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준희 개발팀장이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공감한 지점을 팀 전체 논의로 확장하면서 기획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전시의 메타포를 고민하다 ‘카지노’가 떠올랐습니다. 카지노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빠져나오기 어렵게 설계된 공간입니다. 이를 편향된 정보 소비 구조에 빗대고, 알고리즘을 상징하는 조커 캐릭터를 설정했습니다.
카지노 = 정보의 바다
조커 = 알고리즘의 창시자
정보의 바다로 비유한 카지노와 알고리즘의 창시자로 표현한 조커를 통해 관람객은 다양한 정보에 휩쓸리다가 결국 편향된 정보만 소비하게 되는 과정을 체험하게 됩니다. ‘미라지(MIRAGE)’라는 이름은 신기루를 의미하는 단어로, 현대인의 정보 소비가 신기루처럼 끝없이 따라가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현실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미라지 XR 전시는 카지노와 유사한 형태의 공간으로 구성했고 여기에 간단하게 게임 요소들도 마련했는데요. 콘텐츠를 체험하시다 보면 저희가 제시한 문제를 인식하시게 되면서 다양한 정보에 휩쓸리다가, 결국 편향된 정보들만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보실 수 있도록 디자인됐어요.
Q. P.eye 동아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다른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전시를 진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 관계자분들과 함께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장비나 예산 등을 도움받기 위해 저희 전시 기획을 프레젠테이션 하기도 하죠. 그때마다 항상 듣는 피드백은 저희 동아리가 실무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칭찬이었어요. 팀을 세분화하고 각자 맡은 업무 영역을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팀 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포인트를 높게 평가해 주셨던 것 같아요.
동아리는 대부분 하나의 학문을 학습하는 것을 목표로 조직되는 경우가 많아요. 마케팅 동아리를 예로 들면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우끼리만 모이게 되죠. 그런데 P.eye는 각 팀원이 다른 팀의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더라도 소통을 하기 위해선 각 분야의 용어,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다양한 학부와 전공을 경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개발팀과 소통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판교 사투리(IT업계에서 쓰이는 사회 방언)'를 알아야 하고, 디자인팀에는 그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특징 등을 파악해 디자이너가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는 것이 중요하죠.
이처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은 변함없지만 그 과정에서 나와 전혀 다른 학부 학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나아가 학생 신분으로 수익화 모델을 마련해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것도 값진 경험으로 남게 되겠죠!
Q. 동아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져요. 여러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준희) 저는 공학을 좋아하는데 공학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하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학문이잖아요. 예술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각을 넓히며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공학과 예술은 너무나 다르지만 동시에 닮았죠.
저는 공학도이면서 동시에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요. 혼자서도 전시를 관람할 정도로요. 이런 면에서 저의 역량을 살리고 제가 좋아하는 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유빈) 저는 UX/UI를 전공하는데, 인터페이스 부문은 사람들이 어떠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단계에요. 지금은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 데스크톱, 랩톱 위주로 나와있지만 미래의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이 XR 기반의 AR 글라스나 HMD로 옮겨갈 수 있겠죠.
동아리 안에서 제 역량을 발휘해 몰입형 콘텐츠에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관람객들이 콘텐츠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며 소비하도록 디자인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혜린) 저도 전시를 좋아해요. 동일한 현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이를 표현하는 수단이 다양해지잖아요. 저는 제 관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을 원래 좋아했어요. 그리고 예술과 기술이 융합되는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요. 제 상상을 기술적 수단을 통해 실체화하는 과정이 재밌죠.
저희 동아리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동일한 주제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한 데 모으는 과정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힘들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아요.
(수현) 저는 미디어 분야 전공이다 보니 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어떤 사회 문제를 전달할 때 텍스트가 될 수도 있고 영상이 될 수도 있는데 저희는 확장현실(XR) 매체를 선택해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이 흥미롭죠. 그리고 실제로 많은 분들께서 저희의 이색적인 전시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많이 참여해 주셔서 보람을 느껴요. 가끔은 학업보다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어요(웃음)
immersive+ 칼럼니스트 mkt@olimpla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