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의 외면, 흔들리는 컴퓨터공학과 인기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연합뉴스

AI 코딩 확산, 개발자 일자리 구조 바꾸다

생성형 AI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 오픈AI GPT와 같은 AI 코딩 툴이 신입 개발자 수준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단순 코딩 역량만으로는 취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18.9% 줄었으며, 현직 개발자의 43%가 “AI가 초급 개발자의 실력을 능가했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이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컴퓨터공학 전공 후 취업이 가능하겠느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입시 현장, 의대 쏠림 vs 컴공 기피

2026학년도 대학 수시 모집 결과는 이런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수시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고려대 역시 컴퓨터학과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주요 대학 9곳의 컴퓨터공학 전공 수시 경쟁률은 2023학년도 25.4대 1에서 2025학년도 23.2대 1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반면 의·약학계열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의대 공화국”이라는 현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고교 입시 현장에서는 “의대 반만 북적이고 컴공은 한산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 차가 뚜렷하다.

중국은 ‘AI 인재 쏠림’, 한국은 역행

주목할 점은 중국의 반대 흐름이다. 올 초 ‘딥시크(DeepSeek) 쇼크’ 이후 중국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컴퓨터공학·AI 학과로 몰리고 있다. 베이징전자과학기술학원, 국방과학기술대학 등 AI·로봇 중심 학과는 칭화대, 베이징대와 비슷한 수준의 합격선을 기록했다.

중국 사회 전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선망이 커지면서, 이공계열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국과 달리 AI 시대에 대비한 인재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미래 직업 지형, AI 활용 역량이 관건

AI의 도입은 단순한 일자리 축소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 코더의 수요는 줄어들겠지만, AI를 활용해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는 고급 역량은 오히려 각광받는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윤리 전문가, 로봇 엔지니어 등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코딩 자체보다 AI 도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과 커리큘럼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과제, ‘AI 인재 유출’ 막아야

그러나 한국은 AI 인재 육성과 정착이라는 과제 앞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대한상공회의소 SGI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만 명당 해외로 유출된 AI 인재는 0.36명꼴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AI 인재가 의대로 빠지거나 해외로 떠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AI 코딩 시대

AI는 개발자의 입지를 위협하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 기회를 열고 있다. 단순 코딩의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는 여전히 필요하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의대 쏠림’ 구조를 고집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AI와 경쟁할 것인가, AI와 협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시점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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