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명령하면 AI가 앱 만들어주는 신개념 프로그래밍”…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담은 상징적 표현

영국의 대표 영어사전 콜린스 사전이 ‘2025 올해의 단어’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선정했다. 이는 사람이 자연어(일상 언어)로 명령을 내리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새로운 개발 방식을 뜻한다.

자연어 프롬프트를 넣으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작성해 준다.  이미지=챗GPT 생성
자연어 프롬프트를 넣으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작성해 준다.  이미지=챗GPT 생성

“말로 시키면 AI가 코드를 짠다”… 바이브 코딩의 개념

바이브 코딩은 “이런저런 기능을 넣어 할 일 목록 앱 만들어 줘” 또는 “이 웹페이지를 좀 더 아기자기하게 꾸며 줘”처럼, 말로 지시를 내리면 AI가 실제 코드를 작성해 주는 기술이다.

즉, 사용자가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AI가 대화형 명령어를 분석해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이 용어는 오픈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올해 2월 X(옛 트위터)에서 처음 제시했다.

그는 “나는 요즘 이런 방식을 자주 쓰며, 이를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른다”고 밝히며, “분위기(vibe)에 내어주고,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나 웹앱을 만들고 있지만 진짜 코딩은 아니다. 그저 보고 말하고 돌리고 복붙(copy-paste)할 뿐인데, 그게 대체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포착한 단어”

콜린스 사전 측은 “‘바이브 코딩’은 인간과 기술 간 진화하는 관계의 본질을 포착한 용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혁신이냐, 무모함이냐를 두고 논쟁이 있지만, 실리콘밸리를 넘어 AI가 일상 전반을 보조하는 거대한 문화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바이브 코딩’은 단순한 신조어를 넘어, AI가 인간의 창작과 생산 과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어로 평가된다.

기술·사회 변화를 반영한 후보 단어들

콜린스가 올해 후보로 함께 선정한 단어들은 대부분 기술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의 변화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클랭커(Clanker)’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유래한 말로, 로봇이나 AI 소프트웨어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브롤리가키(Broligarchy)’는 테크업계 억만장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로, 올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주요 테크 리더들이 참석하며 자주 언급됐다.

‘아우라 파밍(Aura farming)’은 겉보기에는 카리스마 있고 완벽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행위, ‘태스크마스킹(Taskmasking)’은 일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척하는 직장 내 행동 패턴, ‘마이크로 은퇴(Micro-retirement)’는 짧은 휴식과 자기계발을 위한 일시적 휴직을 의미한다.

이 밖에 ‘헨리(HENRY, High Earner Not Rich Yet)’는 고소득자이지만 자산이 많지 않은 사람, ‘바이오해킹(Biohacking)’은 건강 개선을 위해 생리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노력, ‘쿨케이션(Coolcation)’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 시원한 지역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한다.

“AI를 받아들이면서도 경계하는 시대의 긴장 반영”

콜린스는 올해의 단어 후보들을 두고 “AI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경계하는 인간의 근본적 긴장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바이브 코딩’이 대표적으로 그 경계선에 있는 단어로, 기술이 인간의 손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상징이기도 하다.

최송아 객원기자 neria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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