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스로픽·코히어, 산업 현장 맞춤형 AI 구축 경쟁 가속… 팔란티어 모델이 되살아난다
AI 도입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기술기업 내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직무가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개발자도, 세일즈 담당자도 아닌 ‘전방 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 이하 FDE)’가 그 주인공이다.
AI 기업들은 이들을 고객사 현장에 직접 투입해 맞춤형 AI 솔루션을 구축하고,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인력으로 삼고 있다.
AI 시대의 ‘현장형 인재’가 필요한 이유
오픈AI, 앤스로픽, 코히어 등 생성형 AI 기업들은 2025년 들어 FDE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들은 코딩 실력뿐 아니라 산업 이해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겸비한 기술 컨설턴트형 엔지니어로, AI 도입의 마지막 관문을 담당한다.
오픈AI는 올해 초 FDE 전담 팀을 신설해 연내 50명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며, 유럽·중동 담당자 아르노 푸리니에는 “다양한 산업 고객과 협업하며 실시간 문제 해결을 통해 AI의 실제 가치를 입증한다”고 밝혔다.
AI 솔루션이 ‘연구실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기술을 고객 맞춤형으로 재구성할 인력이 필수적이다.
앤스로픽은 이러한 필요에 대응해 FDE와 제품 엔지니어를 포괄하는 ‘Applied AI팀(적용 AI 팀)’을 올해 안에 5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FDE 채용 8배 증가… “AI를 써야 하는데, 쓸 줄 모른다”
구인 플랫폼 인디드(Indeed)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9월 사이 전방 배치 엔지니어 구인 공고는 전년 대비 8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산업계 전반이 AI 기술을 도입하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캣 드 종(Cat de Jong) 앤스로픽 AI 적용 팀장은 “포춘 500대 기업의 은행과 AI 기반 스타트업은 전혀 다른 기술적 수요를 가진다”며 “FDE는 이런 간극을 메워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팔란티어가 먼저 연 모델, 스타트업들이 따라간다
AI 방위·첩보 기업 팔란티어(Palantir)는 FDE 개념의 원조를 자처한다.
닉 프레티존(Nick Prettejohn) 팔란티어 영국 AI 총괄은 “우리는 20년 전부터 ‘전방 배치형’ 접근을 해왔다”며,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이 현장에 배치되어 고객사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는 코드의 정교함이 아니라 고객이 체감하는 유의미한 결과”라며 “FDE는 그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델은 이후 AI 스타트업들이 그대로 차용하며, 기술 공급자에서 ‘현장 문제 해결자’로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오픈AI, 존디어와 협력 농약 70% 줄인 AI기반 시스템으로 증명하다
FDE 모델의 성과는 이미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오픈AI는 농업기계 제조사 존디어(John Deere)와 협력해, AI 기반 농약 살포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현장에 투입된 전방 배치 엔지니어들은 살포 알고리즘을 농장 환경에 맞춰 실시간 조정, 농약 사용량을 60~70% 절감시켰다.
푸리니에는 “우리는 고객 산업을 배우고, 함께 실험하며 혁신한다”며 “그 통찰이 오픈AI의 연구 방향을 진화시킨다”고 밝혔다.
‘AI 통역사’의 시대가 온다
전방 배치 엔지니어는 기술의 언어를 비즈니스의 언어로 바꾸는 사람이다.
AI가 각 산업에 스며드는 시점에서, 이들은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니라 ‘AI 현장 통역사이자 비즈니스 설계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잘 아는가’가 아니라, ‘AI를 실제로 써먹게 만드는 사람인가’다. AI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코드가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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