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음성권·저작권 논란 속 ‘딥보이스’ 악용 우려 확산

인공지능(AI)으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한 ‘AI 커버곡’이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창작 형태를 열었지만, 그 이면에는 저작권 침해와 음성 도용, 범죄 악용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AI 커버곡이 저작권 논란에 있다.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개인 고유의 정보이므로 무단 도용 시 개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사진=Pixabay
AI 커버곡이 저작권 논란에 있다.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개인 고유의 정보이므로 무단 도용 시 개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사진=Pixabay

AI 커버곡, 창작의 새 영역인가 법 위반인가

AI 커버곡은 기존 음원을 학습시켜 특정 가수의 목소리로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하는 방식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 커버곡 제작은 기존 음원의 복제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제작할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논란은 이미 해외에서 현실화됐다. 2023년 ‘드레이크’와 ‘더 위켄드’의 협업곡으로 알려졌던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는 공개 직후 큰 화제를 모았지만, AI가 두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한 ‘가짜 노래’로 드러나 음원 차트에서 삭제됐다. 이는 AI가 예술가의 권리를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가수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기술적 실업’

AI 커버곡이 확산하면서 실제 가수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기술적 실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AI 커버곡의 가창은 특정 가수가 직접 부른 실연이 아니기 때문에 가수가 법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목소리 자체가 개인의 고유한 표현 수단인 만큼, 음성 모방은 저작권과는 별개로 개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딥보이스’ 악용 사례 확산… 보이스피싱까지 진화

AI 커버곡에 활용되는 음성 변환 기술은 ‘딥보이스’로 발전해, 특정 인물의 음성을 거의 완벽히 복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기술이 보이스피싱이나 가짜 뉴스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고위급 임원의 목소리를 흉내 낸 AI 딥보이스에 속아 은행이 거액을 송금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목소리가 개인정보로 간주될 경우, 무단 사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법적 허락과 플랫폼 관리, 새로운 질서 필요

AI 커버곡을 법적으로 제작·공유하려면 원작 저작권자와 음반 제작자 등 권리자의 사전 허락이 필수다.

현재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은 AI 커버 영상 업로드 시 자동으로 원곡의 저작권을 판별하고, 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영상 삭제나 수익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AI 커버곡은 복제·전송 등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크고, 목소리 도용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 책임과 법적 리스크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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