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소비자원, ‘AI워싱’ 실태조사 결과 발표… 내년 가이드라인 마련 예고
‘AI’라더니 그냥 센서 기술?
소비자가 ‘AI 기능 탑재’라는 문구를 믿고 가전제품을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센서 자동 조절 기능인 경우가 다수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11월 7일 발표를 통해, 냉풍기·제습기 등 일부 가전 제품에서 ‘AI 기능’을 과장하거나 오인하게 표시한 ‘AI워싱’ 사례 20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온도 센서 기반 자동 풍량 조절 기능을 ‘AI 냉풍’으로, 습도 센서 자동 조절 기능을 ‘AI 제습’으로 홍보한 제품이 포함됐다.
이들 제품은 실제로는 AI 학습 모델이 아닌 단순 감지·조절 기술 수준이었음에도, ‘AI’라는 명칭을 붙여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절반 이상 “AI라면 비싸도 산다”…기만 광고 우려 커져
공정위·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7.9%가 일반 제품보다 비싸도 AI 기능이 있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AI 기능에 대해 평균 20.9%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은, ‘AI’라는 단어 자체가 구매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67.1%의 소비자가 “AI기술이 실제로 적용된 제품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응답, 소비자들이 ‘진짜 AI’와 ‘가짜 AI’를 구별하기 힘든 현실이 드러났다.
공정위 “AI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내년 마련”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2026년 중 ‘AI 부당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AI’ 용어 사용의 객관적 기준을 세우고, 사업자가 기술 수준을 명확히 설명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AI 시대의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관련 산업 연구와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향후 국가표준 제정, 인증제도 도입, AI워싱 상시 감시체계 구축 등 종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AI워싱, 그린워싱의 디지털 버전”
전문가들은 AI워싱을 “기술 신뢰를 무너뜨리는 디지털판 그린워싱”이라 지적한다.
실제 AI 기술이 아닌데도 ‘AI’라는 말로 제품 이미지를 높이는 행위는 소비자 기만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시대에 기술 진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도 피해를 본다”며 “AI 명칭 사용 시 학습 데이터, 알고리즘 기반 여부 등 기술적 근거를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