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 지분 매각설
김범수 구형, 판결은 아직…그러나 시장은 이미 달아올랐다
지난 8월 29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에게 검찰은 SM엔터 인수전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그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이 24%에 달한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는 단순한 개인의 법적 책임을 넘어 카카오 지배구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이슈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일부 증권가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범수가 유죄를 받으면 카카오 지분을 넘겨야 할 것”, “그 지분을 오픈AI가 사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확산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아직 법원의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동적 추론’에 가까운 비약이다.
제휴는 맞지만, 인수는 아니다…오픈AI와 카카오는 선을 긋고 있다
올해 2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한국을 방문해 카카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식화했다.
이 제휴를 통해 오픈AI의 최신 AI 기술은 카카오톡과 신규 서비스 ‘카나나’ 등에 적용되었고, 양사는 공동 상품 개발과 API 연동 등 실무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지분 인수’나 ‘경영권 참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오픈AI 측에서도, 카카오 측에서도 인수설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같은 인수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시장 외부의 추정과 상상력에서 파생된 ‘풍문’에 불과하다.
김범수 지분은 확실히 크다…그러나 매각은 전제되지 않았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개인 최대 주주다. 본인 명의로 13.3%,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10.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합산 시 약 24%, 현재 시가 기준 약 6조 원 이상에 이른다.
다만 김범수 의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현행법상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조세·공정거래 등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는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카카오 본사 전체를 매각해야 할 법적 의무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김범수라는 인물의 이전 선택들이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자신이 만든 회사를 스스로 떠난 전례가 있다. 1999년 ‘한게임’을 창업한 그는 이후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권을 내려놓고 하와이로 떠났다. '판을 짜고 물러나는 것'에 익숙한 창업자다. 지금의 카카오 지분 역시, 그에게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전략적 카드일 수 있다.
오픈AI는 카카오를 인수할 유인이 없다
오픈AI의 전략은 분명하다.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인프라 확대와 파트너십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선 1G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고, 한국에선 카카오뿐 아니라 복수 기업과 API 연동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합적 사업 구조와 수많은 계열사를 가진 한국 상장 플랫폼 기업을 굳이 인수하려 들 이유는 희박하다.
게다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개인정보 이전 규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외국계 기업으로선 감당해야 할 국내 규제는 만만치 않다. 오픈AI가 이런 복잡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낮다.
카카오의 데이터 인프라, 이미 자체적으로 확장 중이다
카카오 역시 자체 생존을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남양주에 총 6,000억 원을 들여 ‘디지털 허브’라 불리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이는 고집적 서버 수용이 가능한 인프라로, 생성형 AI와 미래 기술 대응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오픈AI와의 협력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성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도 뚜렷하다. 즉, 제휴는 협력의 시작일 뿐이지, 지배권을 넘긴다는 신호는 아니다.
진짜 현실적 시나리오는 ‘합작’과 ‘대등한 동맹’
오픈AI는 카카오의 방대한 국내 사용자 기반, 다계열사 서비스 접점을 통해 데이터 확장성과 현지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카카오는 오픈AI의 모델 기술력과 API 생태계를 활용해 AI 서비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 같은 상호보완 구조에선, 지분 인수보다는 합작회사(JV) 설립이나 공동 브랜드 상품 개발이 훨씬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해법이다. 규제를 피해가고, 이용자 신뢰를 유지하며,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수설보다 중요한 건 ‘실행 가능한 협력’이다
카카오와 오픈AI 사이에는 분명 전략적 접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을 곧바로 ‘지분 인수’로 해석하는 것은, 시장과 언론이 종종 범하는 조급하고 한국인 특유의 상상력에 기대어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김범수 의장의 법적 책임이 어떻게 귀결될지, 카카오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정비될지, 그리고 양사 간 제휴는 실제 어떤 기술과 서비스로 현실화될 것인지다.
카카오는 아직 팔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픈AI는, 지금으로선 사려는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이 0은 아니다. 무엇보다 김범수가 누구인지, 그는 과거에 어떤 결정을 내려왔는지를 시장은 기억하고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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