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래식 작품을 실감나는 'KMJ 뮤지엄'의 XR 공간에서 만나보세요.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꼭 공유하고 싶어지는, 가족의 장수를 기원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그림이 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와 나비가 그려진 이 그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을까요?

김홍도, 황묘농접도 (18세기 후반), 수묵담채

작품명: 황묘농접도 (黃猫弄蝶圖)

작가: 김홍도

제작 연도: 18세기 후반

기법: 수묵담채

크기: 30 x 46 cm 

소장처: 대한민국 간송미술관

한가로운 오후, 숨겨진 의미

평화로운 풀밭에서 통통하고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날아가는 나비를 잡으려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김홍도는 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고양이의 익살스러운 긴장감과 나비의 유유자적한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다정함이 흘러넘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실제 상황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른 봄(4~5월)에 피는 제비꽃과 초여름(6~8월)에 피는 패랭이꽃이 함께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김홍도가 계절과 개화 시기가 다른 두 꽃을 굳이 함께 그린 것은, 그림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기 위함 입니다.

김홍도가 심어 놓은 비밀의 메시지

이 그림 속에 담긴 상징들은 그 자체로 장수를 기원하는 것들입니다.

고양이(70세 상징)와 나비(80세 상징)
고양이(70세 상징)와 나비(80세 상징)

고양이(묘, 貓): 고양이 (묘, 貓)와 70세를 뜻하는 (모, 耄)의 중국어 발음이 같기 때문에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상징합니다.

나비(접, 蝶): 나비 (접, 蝶)과 80세를 뜻하는 (질, 耋)의 중국어 발음이 서로 같기 때문에 나비는 80세 노인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는 모습은, 70세에서 80세까지 건강하고 장수하라는 바람을 상징합니다.

제비꽃(위)과 패랭이꽃(아래)

바위: 십장생 중 하나로 변하지 않는 강직함, 즉 불로장생을 뜻합니다. 

제비꽃: 모든 일이 잘 풀리길 바란다는 의미을 담고 있습니다.

패랭이꽃: 꽃의 붉은 색감은 혈색 좋은 청춘을 상징합니다. 한자로는 ‘석죽화(石竹花)’로 발음하여 ‘축하'를 상징합니다.

자연을 통해 전하는 마음

이 모든 요소는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라는 김홍도의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속 자연의 상징물들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온기를 전하죠. 이처럼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삶이 늘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잔잔하고 진심 어린 기원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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