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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상징으로 가득 찬 아르놀피니 부부의 세계

1434년, 이탈리아 상인 남자와 그의 아내를 기념하기 위해 화가 얀 반 에이크는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이작품은 단순한 결혼식 초상화가 아닙니다. 당시 유럽 사회와 부의 상징, 인간관계, 신앙을 담아낸 복합적인 그림입니다.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434), 패널에 유화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434), 패널에 유화

작품명: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작가: 얀 반 에이크

제작 연도: 1434년

기법: 패널에 유화

크기: 약 82.2 cm × 60 cm

소장처: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엄숙한 분위기 속 두 인물의 맹세

그림의 중앙에는 우아하게 서 있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결혼식을 추측할 수 있는 인물들의 자세
결혼식을 추측할 수 있는 인물들의 자세

남성은 고급스러운 검은 옷을 입고, 단단히 서서 화면 오른쪽을 응시합니다. 그의 표정은 신중하면서도 결의에 차 있습니다. 여성은 두꺼운 드레스를 입고, 얼굴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녀의 오른손은 남편의 왼손을 살짝 잡고 있습니다. 결혼식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로 오른손을 맞잡기 때문에, 이 장면은 ‘완전하지 않은 결혼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리고 여자의 왼손은 풍성한 치마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 손의 위치는 임신을 암시하거나 모성을 상징한다고도 해석되지만, 무엇보다 결혼의 신성함과 부부 간의 유대를 상징합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치밀한 상징물들

위쪽의 빨간 신발과, 왼쪽의 또 다른 신발
위쪽의 빨간 신발과, 왼쪽의 또 다른 신발

두 인물 뒤로 보이는 배경은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그림 아래쪽 나무 바닥에는 신발이 벗겨져 있어, 이곳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거룩한 공간임을 알립니다. 

재력을 과시하는 오렌지
재력을 과시하는 오렌지

열려 있는 창문으로 부드러운 자연광이 들어와 인물들을 은은하게 감싸며, 창틀과 그 아래 보이는 오렌지를 통해 구하기 어려운 수입 과일을 식탁이 아닌 공간에도 오렌지를 둘 수 있을 만큼 풍족한 재력을 지닌 인물임을 암시합니다.

증인과 신앙심을 보여주는 거울
증인과 신앙심을 보여주는 거울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벽에 걸린 오목 거울입니다. 거울 속에는 그림 속 인물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추정되는 인물과 또 한 명의 방문객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거울 속 인물들은 결혼식의 증인을 의미하며, 결혼이 실제로 그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거울 주위에는 10명의 성인들이 그려져 있어, 신앙과 공동체의 축복을 상징합니다.

결혼의 지속성을 상징하는 개
결혼의 지속성을 상징하는 개

털이 촘촘히 묘사된 개는 충성과 결혼의 지속성을 상징합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계산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숨겨진 이야기를 궁금해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와 종교, 그리고 개인의 삶이 뒤섞인 시대의 정서를 담은 ‘역사적 기록’으로서, 화가는 혁신적인 유화 기법으로 세밀한 질감과 빛의 반사를 구현해 사실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 그림,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수많은 상징 속에서, 왼손으로 결혼식을 치른 이 부부는 정말로 정식 결혼을 한 걸까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그날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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