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래식 작품을 실감나는 'KMJ 뮤지엄'의 XR 공간에서 만나보세요.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쳤나요? 끝없이 쏟아지는 업무 알림에 허덕이며 하루를 버티고 있나요? 매일 생기는 업무, 열심히 해도 티나지 않는 집안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나만 이런가 싶었던 순간, 350년 전 한 그림이 당신의 하루를 그대로 비춥니다. 바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입니다.
작품명: 우유 따르는 여인
작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제작 연도: 1658-1660년경
기법: 캔버스에 유화
크기: 45.5 x 41 cm
소장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17세기 네덜란드, 갓생사는 여인
이 그림이 그려진 17세기 네덜란드는 말 그대로 '황금기'였습니다. 활발한 무역으로 돈을 쓸어 담던 시기였죠. 하지만 페르메이르는 으리으리한 부자들의 파티 대신, 빛바랜 벽이 있는 평범한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화려함 대신, 매일 똑같이 식사를 준비하고, 우유를 따르는 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그녀는 17세기판 ‘갓생’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날마다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가전기기 하나 없는 시대에 집안일을 묵묵히 해낸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인내와 성실의 증거였죠.
페르메이르는 그녀를 통해, 화려한 드라마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숨겨진 진짜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완벽한 몰입의 순간
페르메이르는 평범한 일상을 극적인 연출을 통해 특별함을 표현했습니다. 뮤지컬 속 주인공처럼 빛을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일상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임을 상기시키는 듯합니다.
이 그림의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완벽한 고요함입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은 여인의 얼굴과 옷, 그리고 주변 사물에 부드럽게 스며들어 극적인 명암을 만들어냅니다. 여인의 푸른색 앞치마와 벽의 노란색이 대비를 이루며 색채의 균형을 맞추고, 벽에 박힌 못이나 바닥의 발난로 등 세밀한 디테일이 그림에 깊이감을 더합니다.
또한 여인의 손끝에서 흘러내리는 우유의 물줄기는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우아하고 경건하죠. 옆에 있는 빵, 도자기, 바구니까지 모든 사물이 마치 숨죽이고 있는 듯합니다.
이 여인은 오직 우유를 따르는 행위, 그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합니다.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가사노동이 그녀에게는 하나의 존엄한 의식이 되는 거죠. 페르메이르는 이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이, 우리의 삶을 지탱한다는 것을.
'있을 땐 몰랐지?' 빈자리의 무게
여인의 꾸준함과 절제된 동작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단순 노동'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워줍니다. 집안일, 늘 챙겨주는 가족의 손길, 당연하게 오는 출근길... 있을 땐 모르지만, 없으면 삶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들 말이에요.
이 그림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의 작은 노동과 정성이 얼마나 고귀한 가치를 지니는지. 페르메이르는 이 그림으로 대수롭지 않은 일상에서 삶의 진짜 의미를 발견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 [주말엔 아트] 피카소의 '우는 여인', 그녀는 누구이며 왜 울고 있을까?
- [주말엔 아트]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던진 질문, 지금 당신의 전쟁은 무엇인가요?
- [주말엔 아트] 살바도르 달리의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
- [주말엔 아트] 살바도르 달리의 ‘코끼리’
- [주말엔 아트] 클로드 모네의 ‘수련’
- [주말엔 아트] 클로드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
- [주말엔 아트]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 [주말엔 아트]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 [주말엔 아트] 빈센트 반 고흐 - ‘까마귀가 나는 밀밭’
- [주말엔 아트] 피카소까지 의심받았다… 다 빈치의 '모나리자' 도난 스토리
- [주말엔 아트] 공학자가 붓을 들면? 다 빈치가 남긴 ‘최후의 만찬’의 비밀
- [주말엔 아트] 왜 하필 족제비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
- [주말엔 아트] 가리고 있는 오른손의 비밀은?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
- [주말엔 아트] '외설 논란'에도 클림트의 ‘키스’가 멈추지 않은 이유
- [주말엔 아트] 임산부와 해골을 함께 그린 사연은... 클림트의 '희망 II'
- [주말엔 아트]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이 판의 승자는 누구? 김홍도의 ‘씨름’
- [주말엔 아트] 명절 모임이 떠오르는 18세기 아이들 모습, 김홍도의 '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