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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전쟁의 상처, 절망의 시대

이 그림이 탄생한 1937년은 스페인 내전의 피로 물든 참혹한 시기였습니다. 피카소는 앞서 그린 '게르니카'를 통해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죠.

그런데 그 거대한 그림 속에서 미처 다 담지 못한 고통과 슬픔, 즉 전쟁이 남긴 개인의 내면적 상처는 이 작은 캔버스에 응축되어 나타났습니다.

우는 여인은 게르니카의 직접적인 후속작이자,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무너진 심리를 클로즈업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 우는 여인 (1937), 캔버스에 유화
파블로 피카소, 우는 여인 (1937), 캔버스에 유화

작품명: 우는 여인 (The Weeping Woman)

작가: 파블로 피카소 

제작 연도: 1937년

기법: 캔버스에 유화

크기: 61 x 50 cm

소장처: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

천재의 연인들, 예술에 영혼을 불어넣다

너무나 유명한 피카소의 '우는 여인' 속 인물, 과연 누구일까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세계는 그의 삶, 특히 그를 둘러싼 여인들의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 이 작품의 모델은 피카소의 연인이자 사진작가였던 도라 마르입니다.

그녀는 지적이고 강렬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피카소의 삶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게르니카의 비극적인 메시지에 공감하며 함께 슬퍼했던 도라 마르의 모습은 피카소에게 이 작품의 영감을 주었죠. 그녀의 초상은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모든 이들의 슬픔을 상징하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깨진 거울처럼 해체된 도라 마르의 얼굴
깨진 거울처럼 해체된 도라 마르의 얼굴

무너진 얼굴, 찢겨진 비명

이 여인의 얼굴은 그저 슬픔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기법을 통해 그녀의 얼굴은 마치 깨진 거울처럼 여러 조각으로 해체되어 있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형상은 당시 스페인 내전의 폭격으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평온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파괴된 것처럼, 여인의 얼굴 역시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바라본 듯 뒤틀려 있죠. 정면과 측면이 뒤섞여 있고, 눈동자와 턱의 위치가 제멋대로 흩어져 있습니다.

여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뺨을 가로지르며, 그녀의 내면에서 폭발하는 고통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손수건을 물고 있는 입
손수건을 물고 있는 입

굳게 다문 채 손수건을 물고 있는 입술 형태는, 소리 없는 비명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전달하는 절규의 메아리입니다. 그녀의 손수건과 입가는 녹색의 피부와 달리 하얗게 분리되어 슬픔의 감정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고통에 못 이겨 뒤틀린 손가락은 전쟁이 남긴 물리적, 정신적 상흔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모든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채는 전쟁이라는 폭풍이 한 개인의 삶과 영혼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이 그림은 바로 시대의 고통이 한 인간의 얼굴에 새겨진 초상화입니다.

고통을 넘어, 인류의 양심을 일깨우다

이 작품은 인류의 비극에 대한 예술가의 연대와 양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피카소는 한 여인의 슬픔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을 표현하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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