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래식 작품을 실감나는 'KMJ 뮤지엄'의 XR 공간에서 만나보세요.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우리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높은 연봉을 향해 달립니다. 통장은 조금씩 불어나지만, 정작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가는 걸 느끼죠. 마치 주문할 땐 그렇게 설레던 택배가, 막상 도착하니 열어보기도 귀찮아진 순간처럼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를 저울질하며, 삶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저울질을 하는 여인 (1664), 캔버스에 유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저울질을 하는 여인 (1664), 캔버스에 유화

작품명: 저울질을 하는 여인

작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제작 연도: 1664년경

기법: 캔버스에 유화

크기: 40.3 x 35.5 cm

소장처: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황금기의 딜레마, 새로운 욕망의 탄생

이 그림이 그려진 17세기 네덜란드는 '황금기'라 불리며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누리던 시기였습니다. 무역과 상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사람들은 돈과 물질적 풍요에 대한 욕망에 휩싸였습니다. 이 시기, 페르메이르는 화려한 부의 축제 대신,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영적인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삶의 무게를 묻는, 침묵의 저울질

경건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
경건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

창문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이 한 여인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녀는 부유해 보이는 털옷을 두른 채, 머리에 흰 천을 쓴 모습이 경건해 보입니다.

금은보화 옆, 빈 저울
금은보화 옆, 빈 저울

책상 위에는 진주와 금화 등 반짝거리는 것들이 가득하지만, 여인의 손에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빈 저울이 들려 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고 고요하며, 시선은 오직 저울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여인의 뒤로 보이는 '최후의 심판' 그림
여인의 뒤로 보이는 '최후의 심판' 그림

여인 뒤편의 벽에는 ‘최후의 심판’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 그림은 인간이 살아온 모든 행위에 대한 심판을 상징합니다. 그림의 배경을 통해 마치 그녀가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 일과 삶, 돈과 행복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 조용히 저울질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의 절제된 동작과 고요한 표정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빈 저울에 무엇을 올릴 것인지 질문하는 듯 합니다.

빈 저울,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저울질을 하는 여인이 전하는 메세지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풍요로운 현대에서 무엇을 저울질하며 살것인가? 우리는 종종 경쟁 속에서 돈과 성공이라는 무게에 치우쳐,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잃은 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텅 빈 저울을 통해,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며, 오직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만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임을, 그리고 진정한 균형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그림은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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