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래식 작품을 실감나는 'KMJ 뮤지엄'의 XR 공간에서 만나보세요.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이제 '주말엔 아트'입니다.

이 그림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만큼 익숙하지만, 오늘은 그 익숙함 속에 감춰진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김홍도가 숨겨놓은 세 가지 재미 포인트를 함께 찾아볼까요?

김홍도, 씨름 (18세기 후반), 수묵담채
김홍도, 씨름 (18세기 후반), 수묵담채

작품명: 씨름

작가: 김홍도

제작 연도: 18세기 후반

기법: 수묵담채

크기: 27 x 22.7 cm 

소장처: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

승부 예측, 누가 이기고 있나?

이 씨름 경기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잠시 그림 속 두 선수에게 집중해 보세요.

이기고 있는 왼쪽 선수
이기고 있는 왼쪽 선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서, 왼쪽에 있는 선수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두 다리를 땅에 단단히 디딘 채, 굳센 표정으로 상대를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오른쪽에 있는 선수는 이미 자신의 패배를 예감한 듯 슬픈 눈썹을 하고 있죠. 그의 몸은 공중에 떠 있고, 한쪽 다리마저 들려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나머지 한쪽 다리도 무너져 모래판에 쓰러질 것이라는 생생한 묘사가 느껴집니다.

다음 주자는 누구? 숨은 경쟁자 찾기

이 씨름이 끝나면 다음 선수는 누가 될까요?

왼쪽 상단의 다음 선수
왼쪽 상단의 다음 선수

바로 그림의 왼쪽 상단에 보이는 한 남자가 다음 주자로 예상됩니다. 현재 씨름 경기 중인 선수들처럼, 이 남자 역시 신발을 벗은 채 경기를 관람하고 있습니다.

다른 관중들이 편안한 자세로 구경하는 것과 달리, 그는 다소 웅크린 채 심각하고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죠. 이는 그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곧 씨름판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대기 선수'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시선의 확장, 화면 밖을 상상하다

그림 왼편에 있는 엿장수는 이 그림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림의 활력을 주는 엿장수
그림의 활력을 주는 엿장수

모든 관중의 시선이 가운데 씨름 선수에게만 향해 있어 그림을 보는 시선이 단조로워질 수 있는데, 이 엿장수는 홀로 화면 밖을 보면서 시선의 흐름을 바깥으로 확장시켜주고 있습니다.

이 엿장수의 시선을 따라가면, 우리는 이 그림 밖에는 얼마나 많은 관중이 더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더 큰 장이 펼쳐지고 있을지 자유롭게 상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세대와 시간을 잇는 공감의 웃음

김홍도는 이처럼 씨름이라는 단순한 놀이 속에 세밀한 묘사와 연출을 담아냈습니다. 그는 구도와 인물의 표정, 심지어 벗어놓은 신발의 배치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계산하였죠. 이 그림은 서민들의 생생한 일상을 포착해낸 김홍도의 예리한 눈썰미가 돋보입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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