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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 사랑과 상실의 강물에 잠기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1851)는 정적의 끝에서 피어난 비극의 한 장면을 정밀하게 되살려냅니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1851), 캔버스에 유화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1851), 캔버스에 유화

작품명: 오필리아

작가: 존 에버렛 밀레이

제작 연도: 1851년경

기법: 캔버스에 유화 

크기: 약 111.8 × 76.2cm

소장처: 런던 테이트 브리튼

이 작품의 주인공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 등장하는 귀족 가문의 딸입니다. 그녀는 햄릿 왕자의 연인이었고, 그 사랑은 아름답고 순수했습니다. 하지만 햄릿이 그녀의 아버지를 오해 끝에 칼로 찔러 죽인 그 순간, 그녀의 세계는 무너져 내립니다.

슬픔에 찬 오필리아는 들판을 헤매다 마침내 버드나무가 늘어진 강가에 다다릅니다. 꽃을 꺾으며 물가에 다가갔던 그녀는 찰나의 실수로 순식간에 차디찬 강물로 떨어지고, 그렇게 강에서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밀레이의 캔버스에 얼어붙은 듯 그대로 남게 됩니다.

강물 속 체념한 표정의 오필리아
강물 속 체념한 표정의 오필리아

차가운 고요 속의 침몰

그림 속 오필리아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강물 위에 떠 있습니다. 물에 젖은 실크는 연꽃처럼 퍼져 있으며, 손가락 끝에는 꺾인 야생화가 힘없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녀의 눈은 반쯤 감겨 있고, 입술은 마지막 숨을 머금은 듯 아슬아슬하게 벌어져 있습니다. 그녀가 이미 죽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확실할 수 없지만 얼굴에는 고요함과 체념, 그리고 어떤 초월적 평온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버림받은 사랑을 의미하는 버드나무

밀레이는 이 장면을 위해 무려 5개월 동안 호그스밀 강 유역에서 작업했습니다. 긴 시간을 들여 그가 그린 강가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는 여러 의미를 상징을 머금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 꽃들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 쐐기풀은 고통, 데이지는 순수, 제비꽃은 신뢰, 양귀비는 죽음, 팬지는 허무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수풀 옆 갈색의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해골
수풀 옆 갈색의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해골

나뭇가지 사이에 해골 모양을 그려 죽음을 나타냈다는 주장 또한 존재합니다. 죽음이 드리워진 강 위로는 햇살이 쏟아집니다. 자연은 그녀의 비극을 조용히 목격하며 그 죽음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햇빛은 그녀 위는 물론 온 세상에 공평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한 작가와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의 노력

밀레이는 호그스밀 강가에서 풍경을 먼저 그린 후, 실내에서 인물을 그렸습니다. 이 극적인 장면을 위해 그는 런던의 작업실로 돌아와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을 찬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눕혔습니다. 욕조 아래에 램프를 두어 물을 데웠지만 촬영 중 불이 꺼지면서 시달은 심한 감기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 일화는 작품의 현실적 무게를 더합니다.

여운을 남기는 꽃잎 아래의 사랑과 절망

오필리아는 사랑과 배신, 죄책감과 상실이 뒤얽힌 셰익스피어의 문학과 밀레이의 정밀한 회화가 만난 서정적 비극 작품입니다. 그림 앞에서 우리는, 물 위에서 멈춘 오필리아의 숨결과 눈부신 꽃들 사이에 담긴 삶과 죽음, 사랑과 절망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소희 인턴기자  jshee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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