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은 끝이 아니라 선별의 시작이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뚫고 낙폭을 키우고 있다.
AI기술주도 나스닥의 하락 파동이 한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사람들은 묻는다. “이제 끝난 거 아니야?” 얼마 전만 해도 세상을 바꿀 혁명이라며 치솟던 차트는 불안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세상에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 모든 성장은 사이클을 가진다.
버블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기나 허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대중의 현실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진통이다.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지만, 그 속에서 아마존과 구글이 남았다. NFT 광풍이 지나간 지금도 블록체인 기술은 조용히 산업의 구조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인공지능도,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거품은 ‘끝’이 아니라 ‘선별의 시작’이다.
결국 살아남는 건 실체가 있는 것이다.
AI는 이미 생산성과 조직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효율화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사고 방식을 바꾸고 있다.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동시에 ‘국가’라는 틀을 넘어선 가치저장 네트워크로서 기능하고 있다. 단기적 가격 변동은 있겠지만, 이 두 기술이 만들어가는 방향성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의 하락은 단순한 ‘시간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버티려면 조건이 있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버티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빚으로 버티는 건 ‘버팀’이 아니라 ‘베팅’이다. 하락은 견딜 수 있지만, 마진콜은 견딜 수 없다. 버티는 힘은 결국 현금흐름과 멘탈에서 나온다. 그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시장의 파도는 순식간에 사람을 삼킨다. 그래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빠른 돈’을 노리기보다 ‘긴 돈’을 준비해야 한다. 시장은 결국 방향성으로 보상한다. 지금 떨어지는 차트보다, 이 기술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를 보는 것이 진짜 투자다. 인간이 만든 모든 혁신은 처음엔 과대평가되고, 곧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세상을 바꾸는 건 늘 ‘남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투자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단순히 돈이 많은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를 알고,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상태다. “이번에 안 사면 놓친다”는 FOMO (Fear of Missing Out) 불안이야말로 모든 패닉의 출발점이다. 여유 있는 사람만이 흔들림 속에서도 길을 본다.
비트코인도, 인공지능 관련 주식도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선별된 결과’일 것이다. 버티면 된다. 그러나 이유 있는 버팀이어야 한다. 왜 이 산업이 살아남을지, 왜 이 기술이 다음 세상을 바꿀지를 이해하고 버티는 사람. 결국 그들이 미래의 수익을 가져간다.
투자분석가 칼럼니스트 yoian@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