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은 상용화 카운트다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카(eVTOL·전기수직이착륙기)는 더 이상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기술과 상용화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eVTOL 국제 특허 출원은 74건으로 미국(68건)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샤오펑 광저우 본사 전시관에 샤오펑이 현재 개발 중인 플라잉카가 전시돼 있다. 사진=샤오펑 제공
샤오펑 광저우 본사 전시관에 샤오펑이 현재 개발 중인 플라잉카가 전시돼 있다. 사진=샤오펑 제공

샤오펑(Xpeng)은 광저우에 연 1만 대 생산 규모의 플라잉카 공장을 가동 중이며, 이미 5,000대의 주문을 확보했다. 자회사 이항(Ehang)은 세계 최초 자율 여객 드론 운영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항속거리 200km 신형 모델 ‘VT-35’를 공개하며 도시 간 이동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미국의 조비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은 내년 초 두바이에서 첫 에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으로, 2026~2030년 현지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 뉴욕과 LA, 런던, 도쿄에서도 서비스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실증 컨소시엄 급감…기업 이탈 ‘비상등’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실증(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 2단계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불과 2곳(원팀·드림팀)뿐이다.

1단계에는 7개 팀이 참여했지만, SK텔레콤·LG유플러스·GS건설·카카오모빌리티 등이 빠지며 사업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통신 업계가 AI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UAM 분야에서 손을 뗀 영향이 크다.

이로 인해 한국은 기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KEIT는 “한국의 eVTOL 기술 수준은 미국 100% 대비 74.7% 수준으로, 중국(82.9%), 일본(82.6%)보다 낮다”고 진단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관련 국제 특허 출원은 11건에 불과해,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제는 실증보다 상용화 전략 세워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플라잉카 실증 국가’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상용화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주도의 기술 실증만으로는 산업 생태계가 자라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FAA(연방항공청)의 인증체계를 기반으로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생산·상업화 계획으로 민간 투자를 이끌어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슈퍼널(Supernal)’이 미국 중심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나, 국내 실증 사업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R&D뿐 아니라 인프라, 규제 완화, 투자 생태계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모빌리티, 이륙은 ‘의지’의 문제

2030년까지 중국은 eVTOL 10만 대 생산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실증비행 허가 절차와 공역 지정 문제를 논의 중이다.

하늘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와 관련법 정비 ‘의지’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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